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하품 2023.5.28.해.
졸릴 적에 ‘하품’이 나온다고 여기지. ‘졸립다’고 할 적에는, 이제 잠들어 몸을 쉬어야 할 때를 넘겼다는 뜻이야. 자는 사람은 하품을 안 하겠지. 느긋이 푹 쉬는 사람은 ‘몸에 기운이 새로 오르는’ 데에 온마음을 쏟으니, 하품을 할 일이 없어. 잠을 미루거나 쉬지 않는 탓에 하품이 나오지. ‘하품’을 하면 어때? 입을 크게 벌리고서 ‘네 몸에 깃들거나 찌든 부스러기 같은 찌끄러기’를 앙 하고 털면서, 곧바로 ‘바깥숨을 크고 시원하게 확 받아들이’지 않니? ‘하품’이란 “큰 바람갈이”야. 네 몸을 움직이는 기운이 바람빛을 확 갈면서, ‘아직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몸’이 좀더 움직이도록 서둘러 기운을 끌어올리는 일이지. 하품이 잦다면 그만큼 몸이 지쳐서 쓰러질 판이라는 뜻이야. 문득 하품을 그친다면, 한동안 몸을 움직일 기운이 조금 모였다는 뜻이지. 그러나 하품이 그쳤다고 해서 몸을 섣불리 부리지 말아야겠지. 제대로 자거나 쉴 수 있을 때까지 부지런히 네 바깥일을 마치고서 드러누울 노릇이야. 재미없거나 따분하기에 하품이 나온다고도 여기는데, ‘그다지 안 하고 싶은 낯선 일’을 마주하면서 문득 ‘아! 여태까지 실컷 노느라 쉬어야 하는 줄 잊었네!’ 하고 알아차린 셈이라 여길 만해. 참으로 네 몸을 다시 살피면서 가누어야 한다고 알려주면서 조금씩 새빛(새기운)을 불어넣는 ‘하품’이란다. 하품을 마치고서 기운을 차렸으면, ‘하하’ 크게 웃을 일을 해봐. 웃고 울 적에도 너는 찌꺼기를 털면서 기운을 살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