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닿는 2023.5.30.불.



어디에 닿는지 가만히 보면, 너하고 다른 곳에 닿지. 그런데 네가 닿는 데는 너하고 다르지만 닮았어. 너는 너하고 아주 다른 곳에는 다가가지 않더구나. 다르다고 여겨 처음부터 그곳을 쳐내거나 자르지. 다르다고 느끼니 아예 안 쳐다보곤 해. 네가 다다르는 곳이란 ‘다르지 않은’ 곳이지. ‘다르되 닮은 곳에 닿으’려고 네 하루를 다스리고, 네가 스스로 닿은 곳에서 이모저모 담으려고 네 마음을 다루지. 네가 바라는 길은 어디일까? 너는 무엇을 담기에 네 넋을 달랠까? 자꾸자꾸 담다가 어느새 담벼락처럼 쌓지는 않니? 네가 담처럼 높이 담은 것을 둘레에 나눌 마음이 없느라, 어느새 네 기운이 차츰 닳지는 않니? 담기만 하느라 담벼락을 높이니, 너는 스스로 닳아빠지면서 어느새 눈코귀입에 머리까지 닫더구나. 무엇 때문에 자꾸 담아야 할까? 네 마음은 어떻게 다독여야 할까? 담벼락으로 닫아걸었으니 다가오는 사람이 없겠지. 그런데 보렴. 네가 바라는 것은 ‘다’ 네 마음에 진작 있어. 네가 마음에서 스스로 키워서 꺼낼 생각을 안 했을 뿐이야. 네 손길이 닿으면서 피어나. 네 눈빛이 닿으면서 깨어나. 네 발길이 닿으면서 일어나. 네 사랑이 닿으면서 살아나. 네 몸이 단단해야 한다면, 튼튼하기를 바란다면 돌멩이가 되겠니? 닫아걸지 말고 달려 봐. 신나게 달리면 스스로 달콤빛을 알아보거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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