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7.


《참된 시작》

 박노해 글, 창비, 1993.6.15.첫/2012.10.22.2판 16벌



쉰다. 푹 쉰다. 일어나서 맨발로 마당이랑 뒤꼍을 걷다가 다시 쉰다. 멧새노래를 듣고 개구리노래를 듣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고 팔다리에 기운을 끌어올리면서 바람노래를 듣는다. 살림집이나 일터에서 듣고 보고 맞아들이는 숨결이 우리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이룬다. 엊그제부터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이름으로 노래꽃(시)을 차곡차곡 여민다. 여태까지는 ‘내가 쓰는 말’을 썼고, 이제부터는 ‘내가 안 쓰는 말’을 글이름(제목)으로 붙여서 이야기를 담아낸 뒤에, ‘왜 이런 낱말을 안 쓰면서 이 삶을 누리는지’를 보탬말로 얹는다. 《참된 시작》이 처음 나오던 해에는 푸름배움터 막바지였다. ‘전향서’란 이름으로 ‘뉘우침글(반성문)’을 쓰고 사슬에서 벗어난다는 박노해 씨를 놓고서 한참 말이 많았는데, 무슨 글을 쓰든 그분들 마음이다. 글 한 줄로 모두 바꿀 수 없지만, 바로 글 한 줄부터 모두 바꾸는 첫걸음이다. 퍽 오랜만에 《참된 시작》을 읽자니, 1993∼2023년이라는 나날을 비추는 ‘1993년 첫씨앗’은 ‘옷(겉옷·치레)’이었구나 싶다. 요새 《노동의 새벽》을 되읽었는데, ‘일하는(노동자) 말’이 아닌 ‘먹물(지식인) 말씨’였다. 접었다. 일하고, 살림하고, 놀고, 노래하고, 숲을 품으면 ‘살림말’일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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