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부처 2023.5.27.흙.



기다리는데 안 온다면 어떻게 느껴? 설레니? 두근거리니? 왜 늦나 싶어 짜증나니? 늦는구나 싶어 걱정하니? 다른 일을 하면서 느긋이 기다리니? 더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가니? 너는 어느 길이건 다 갈 수 있어. 네가 가는 길은 네 마음을 다스리는 길이면서, 네 마음을 살리는 길이자, 네 마음에 사랑을 심는 길이지. 다만, 네 길은 네가 스스로 보고 느끼고 찾아서 갈 노릇이야. 남들이 가니까 따라간다면, 넌 네 마음을 다스리지도 살리지도 사랑을 짓지도 못 하고, 그저 남들한테 휩쓸려서 휘둘리다가 너(나·참나)를 잊지. ‘부처’라는 이름으로 선 사람은 모든 길을 스스로 갔어. 늘 ‘남’이 아닌 ‘이웃’을 만났고, ‘이웃’한테서 ‘참나’를 바라보고 느끼면서 스스로 다시 세우고 닦고 가다듬어서 마음을 사랑으로 일구려 했단다. 부처는 일부러 가시밭길을 가지 않았어. 배워서 살리고 사랑할 때인 줄 느끼면 ‘가싯길’이나 ‘꽃길’이라는 겉모습이 아닌 ‘길’이라는 속모습만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속으로 녹이고 풀어서, 이웃 누구하고나 기꺼이 나누는 사랑을 지었지. 너는 어디에 있니? 너는 어디로 가니? 너는 무엇을 하니? 너는 누구를 보니? 너는 무엇을 말하니? 네 사랑은 어디에 있니? 모든 사람은 같아서, 모든 사람은 부처가 했듯이 사랑을 깨달아서 펼 수 있어. 모든 사람은 다르기에, 모든 사람은 부처라는 이웃을 만나면서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는 숨결을 새롭게 펴고 노래할 수 있어. 네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거나 찾아오는 이웃을 사랑으로 바라보렴. 네가 가는 곳에서 스치거나 만나는 이웃한테 사랑을 이야기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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