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23.

오늘말. 빈몸


곰곰이 보면, 벌나비나 개미나 새나 풀벌레나 지렁이나 개나 고양이나 범이나 곰이나 헤엄이 모두 땀을 흘리면서 살지 않습니다. 땀나는 삶은 사람한테만 유난한 듯싶어요. 왜 둘레 뭇숨결은 구태여 땀을 바치지 않나 하고 돌아봅니다. 언제나 해바람비에 온몸을 맡기되, 스스로 숨빛을 길어올릴 뿐, 몸을 던지거나 사르지 않아요. 이바지는 하되 모두맡기는 일이란 없어요. 그저 이 별에서 어우러지는 맨몸이면서 빈몸일 뿐이요, 고요하게 목숨을 아끼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피흘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 참말로 있을까요? 피눈물이 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가난하기에 피울음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등지거나 등돌린 곳에서 피가 흐르고 눈물이 난다고 느껴요. 사랑에 마음을 쓰기에 홀가분한 넋입니다. 사랑을 잊은 채 심드렁하게 하루를 맞이하기에 헐거운 몸짓입니다. 사랑을 그리면서 조촐히 마음을 가꿀 적에는, 언제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볍게 건너가는 혼얼을 가만가만 살리는구나 싶습니다. 사람으로서 사이좋게 사랑하려는 마음을 잊기에 그만 숨을 내버리면서 죽어간다고 느껴요. 이웃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는 그이도 곧 죽음으로 나란히 달려가겠지요.


ㅅㄴㄹ


바치다·몸바치다·마음바치다·목숨바치다·온몸바치다·맡기다·내맡기다·도맡다·다맡다·모두맡다·내버리다·버리다·내던지다·던지다·불사르다·불태우다·사르다·태우다·이바지·주다·죽다·피·땀·땀값·땀방울·땀흘리다·피나다·피눈물·피울음·피바침·피흘리다 ← 자기희생


가만가만·가볍다·홀가분하다·단출하다·조촐하다·느슨하다·헐겁다·호젓하다·혼넋·혼얼·고요·조용·버리다·비다·비우다·벗다·틈·가난·굶다·건너가다·흘러가다·흘려듣다·그냥·그러려니·그저·내려놓다·놓다·고개돌리다·얼굴돌리다·등돌리다·등지다·멀리하다·귀닫다·눈밖·마음쓰지 않다·모르는 척하다·아랑곳하지 않다·맨몸·맨손·빈마음·빈몸·빈손·덤덤하다·무덤덤하다·시큰둥하다·심드렁하다 ← 무욕(無欲/無慾)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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