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란디의 생일 선물
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 토미 드 파올라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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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5.22.

그림책시렁 1166


《에란디의 생일 선물》

 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

 토미 드 파올라 그림

 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머리카락이 맡은 일을 어느새 잊은 사람들입니다. 뭔가 꾸미려고 있는 머리카락이 아닙니다. 머리카락은 머리뿐 아니라 몸을 덮으면서 더위를 식히고 추위를 막는 구실입니다. 머리카락이 바람이 흩날리면서 뺨이며 어깨이며 등이며 가슴에 닿을 적에 부드러우면서 찌릿찌릿 새빛이 퍼집니다. 머리카락은 빠지고 새로 돋는데, 한 올마다 우리가 걸어온 지난날을 담아요. 빠지는 올에는 이제 달래어 씻어낼 눈물과 멍울이 떠나고, 돋는 올에는 이제 새롭게 짓고 품는 웃음과 살림이 자라요.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순이돌이 모두 머리카락을 함부로 안 건드리고 안 잘랐습니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사람을 바보로 길들이려고 머리카락을 짧게 쳤어요. 바로 ‘싸울아비(군인)’랑 갇힌이(죄수)입니다. 제 넋과 빛을 잊도록 머리카락을 쳐요. 《에란디의 생일 선물》로 옮긴 책은 “Erandi's Braids”로 나왔습니다. “에란디 땋은머리”입니다. 이 그림책은 ‘생일 선물’이 아닌 ‘땋은머리’에 깃든 오랜 슬기와 빛과 사랑에 서린 숨결을 들려줍니다. 제발, 책이름 바꾸지 마십시오. 머리카락이 왜 머리카락인지 살피지 않은 탓에 옮김말이 일그러집니다. 영어가 어렵지 않으니, 한글판보다 영어판으로 사읽으며 눈뜨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랍니다.


#ErandisBraids #TomieDePaola #AntonioHernandezMadrigal #땋은머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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