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꽃

곁말 108 눈썹새



  한자 ‘미(眉)’는 ‘눈썹’을 가리킵니다. “눈썹의 미간을 찡그리다”처럼 말하는 분이 꽤 있는데, 틀린말이에요. 겹말이거든요. 이렇게 틀린말인 겹말이 왜 불거지나 하고 살펴보면, “왼눈썹하고 오른눈썹 사이”를 가리키는 우리말을 안 쓰고 안 지은 탓이더군요. 한자말 ‘미간(眉間) = 눈썹 + 사이’인 얼개입니다. 그러면 우리말로 ‘눈썹사이’나 ‘눈썹새’를 지을 노릇이에요. 우리말 ‘눈썹새’를 지어서 쓰면 “눈썹의 눈썹새를 찡그리다”처럼 잘못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저 “눈썹새를 찡그리다”처럼 말하겠지요. 한자말을 쓰기에 잘못일 까닭은 없되, 한자말을 그냥 쓰느라 우리 스스로 새말을 얼마든지 알맞게 지어서 즐겁게 쓰는 길을 가로막은 줄 헤아려야지 싶어요. 쉽게 우리말로 쓰면 틀린말도 겹말도 불거질 일이 없으나,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말을 엮지 않는 마음이라 글치레가 넘실거리기도 해요. 살아가며 쓰는 말이고, 살아가며 짓는 말이에요. 살림하며 나누는 말이고, 살림하며 엮는 말입니다. 이맛살도 눈썹틈도 찡그리거나 찌푸리기보다는 부드러이 풀어요. 우리말을 보드라이 풀면서 생각날개를 펴요. 어깨를 풀고 마음을 풀고 이야기를 풀고 솔솔 꽃내음을 풀면서 서로서로 즐겁게 수다판을 펴요.


눈썹새 (눈썹 + 새) : 왼눈썹하고 오른눈썹 사이. 두 눈썹 사이에 있는 살. (= 눈썹사이·눈썹틈. ← 미간眉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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