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5.19.
오늘말. 골탕
밀어주는 손길이 이바지한다면 반가울 테지만, 밀면서 골탕을 먹인다면 북새판이 됩니다. 얽히고설키더라도 천천히 거들면 실타래를 풀어요. 뒤엉킨 곳에서 자꾸 못살게 굴면 그만 몽땅 어긋나면서 범벅이 되겠지요. 저지레를 일삼는 사람이라면 함께하기 어려울 만합니다. 사달을 일으키니 같이할 마음이 안 날 만해요. 들볶는 무리하고 어깨동무를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서로 포근하게 아끼거나 돌볼 줄 아는 마음을 잊기에 콩켸팥켸로 흐릅니다. 나란히 손을 맞잡으면서 바라지하는 눈빛을 잃기에 뒤엉키다가 싸움판으로 번져요.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니 뜻이 맞지 않을 수 있고, 길이 엇나갈 수 있어요. 이때에 서로 틀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만 서로 일막이로 치닫다가 엉망이 되고 말아요. 잘못을 따지기 앞서 마음을 헤아리면서 천천히 바라본다면, 따로 돕거나 부축하지 않더라도 이 삶터에 아늑하면서 따사로운 햇볕을 드리울 만합니다. 별이 돋는 밤과 동이 트는 아침을 함께 맞이해 봐요. 멧새가 노래하는 마을과 벌나비가 춤추는 들을 같이 누려 봐요. 씨앗이 싹트고 푸나무가 자라면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어우러지며 받치는 사이입니다.
ㅅㄴㄹ
얽히고설키다·엉키다·뒤엉키다·콩켸팥켸·엉망·엉망진창·북새판·북새통·다툼판·뒤범벅·범벅·싸움판 ← 수라(修羅), 수라장
그릇되다·틀리다·잘못·말썽·말잘못·사달·저지레·엉터리·엉뚱하다·엇나가다·어긋나다·맞지 않다·안 맞다 ← 오답, 오보(誤報)
돕다·거들다·바라지·이바지·어깨동무·뒷배·뒷받침·받치다·밀다·밀어주다·부축·막다·막아서다·같이하다·함께하다 ← 엄호사격
일막이·헤살·가로막다·막다·골탕·볶다·들볶다·괴롭히다·못살게 굴다 ← 업무방해, 영업방해, 공무집행방해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