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2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

 J.벤딕·R.벤딕 글

 윤상해 옮김

 음향문화연구회·신문관

 1962.3.30.



  우리 아버지나 이웃 아저씨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맞추어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들이려고 무던히 애썼습니다. 나라에서는 큰 놀이판(스포츠)을 자랑해야 한다면서 작은 살림집끼리 어깨를 맞댄 골목마을을 하루아침에 난데없이 밀었고, 커다란 가림담(차단벽)을 세워 큰길에서 안 보이도록 했어요.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는 ‘우리나라 방송국’이 열고서 온날(100일)이 되는 때를 기려서 나옵니다. 1962년이라면 보임틀을 생각조차 못 하던 사람들이 훨씬 많고, 집전화조차 들이기 힘들었어요. 손으로 짓고, 몸으로 일하고, 다리로 걷고, 눈으로 마주보고, 살갗으로 느끼는 살림인 나날입니다. ‘지음머리(인공지능·AI)’ 같은 말은 우스개로 여겼어요. 2020년대에 태어난 아이는 1940년대에 태어난 아이가 꿈조차 못 꾸던 모습을 스스럼없이 만납니다. 앞으로 2300년에 태어날 아이는 어떤 새길을 스스럼없이 만날까요? 1962년에는 ‘보임틀을 풀이하는 책’이 따로 나와도 몰라보는 사람이 수두룩했으나 2023년에는 ‘지음머리를 풀이하는 책이 굳이 없어’도 스스럼없이 알아보거나 알아차릴 텐데, 2300년 즈음에는 새길을 새롭게 밝히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새기는 아름누리일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우리나라에 텔레비죤이 들어온것은 8년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으로된 분격적인 텔레비죤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것은 인제 겨우 백날밖에 되지 않읍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텔레비죤은 이미 우리 국민생활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것이지만 아직도 우리네의 살림이 생활과학에 밝지 못한지라 일반적으로 텔레비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깊지 못한터에 이번에 ‘음영문화연구회’ 동지들의 수고로 ‘벤딕크’ 씨의 자미있는 그림과 알기쉬운 풀이로 엮어진 이책을 부드러운 우리말로 옮겨서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텔레비죤 이야기를 힘들이지않고 알아볼수있게 해준것은 매우 유익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아니할수 없읍니다. 그 수고를 치하하며 이책이 널리 읽혀져서 우리 텔레비죤의 시청자는 물론 국민전체가 생활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마음 깊이 바라면서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1962년 4월, 텔레비죤방송국 개국 100일을 기념하는날에, 서울텔레비죤방송국 국장 황기오 (책머리에)


또한 텔레비젼은 군사상으로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무인비행기, 유도탄에 텔레비전·카메라를 장치하면, 모니터로 감시하여 유도할 수도 있읍니다 … 언젠가는 텔레비젼을 부리어 물건을 사들이기도 하며, 친구를 방문하며, 학교에 다닌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텔레비젼은 우리들의 오늘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이 되게 되었읍니다. (62쪽/未來의 텔레비 : 그밖의 텔레비전에 대하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