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


《숲 속의 가게》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하라다 다케히데 그림/김정화 옮김, 찰리북, 2013.2.8.



구름바다를 본다. 손으로 슥 긁은 듯하다. 바다에서 물결을 바라보면 끝없이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고, 마당에서 구름을 올려다보면 천천히 물결빛과 물결무늬를 보여주는구나 싶다. 어느새 거미줄이 곳곳에 나온다. 거미가 집을 짓는다면, 거미한테 잡힐 벌레가 깨어났다는 뜻이요, 풀숲이 싱그러이 흘러가는 철이라는 얘기이다. 모과꽃내음을 흠씬 누린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꽃송이는 해마다 더욱 늘어나 멧새를 더 부르고, 보금자리를 한결 향긋하게 북돋운다.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과 뜨끈뜨끈 내리쬐는 봄볕을 누린다. 《숲 속의 가게》를 읽었다. 글빛이 곱다. 숲노래 씨가 이따금 손수 쓰는 얘기꽃(동화)도 이처럼 ‘사람 아닌 이웃’이 들려주는 삶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아닌 이웃’이 하루를 지으면서 생각을 밝혀서 살림살이를 나누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줄 수 있는 어른이 확 줄어들었지 싶다. 둘레에서 “이 책(동화·소설) 재미있지 않아요?” 하고 여쭙는 책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줄거리를 좀처럼 찾을 길이 없다. 서울·큰고장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잿집 사이를 누비는 줄거리에서 멈추는데 무엇이 재미있을까. 거미줄 이야기를 그리지 못 하거나, 박새 노랫가락을 풀어내지 못 한다면, 글(문학)이 아니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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