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새 곁에 2023.4.25.불.



‘새’는 하늘과 땅을 이으면서 노래하고 나무씨를 심는 숨결이야. ‘새’는 날면서 바람한테서 하늘 이야기를 듣고, 나무에 내려앉아 나무한테서 숲 이야기를 듣지. 새는 하늘·땅에서 듣고 익힌 이야기를 노래로 둘레에 알리다가 이곳저곳에 나무씨를 톡 떨어뜨려서 심어. 천천히 숲을 넓힌단다. 풀씨는 풀벌레가 옮겨. 풀벌레가 옮긴 풀씨가 땅을 푸르게 덮으니, 비바람이 땅을 씻을 적에 흙이 안 쓸리거나 덜 쓸린단다. 풀벌레는 ‘풀씨심기’로 땅을 기름지게 북돋우는 일을 맡아. 풀벌레는 온갖 풀이랑 흙이랑 모래랑 이슬한테서 듣고 익힌 이야기를 노래로 둘레에 알려. 물뭍을 오가다가 겨울잠에 드는 개구리는 물뭍에서 익히고 겨우내 꿈꾼 이야기를 노래하지. 매미도 오래도록 나무뿌리 곁에서 잠들며 꿈꾼 이야기를 노래한단다. 너희 ‘사람’은 ‘사이’에서 ‘사랑’으로 ‘살림’을 하면서 ‘삶’을 짓고 누리는 숨결이지. 그래서 ‘숲을 천천히 늘리며 노래하는’ 새를 곁에 두면서 집·마을을 가꿔. 집에 새가 깃들도록 처마를 내고, 마당에 나무를 심지. 마을숲(숲정이)은 땔감만 얻는 곳이 아니라, 뭇새·풀벌레·개구리·매미도 어우러지며 지내는 터전이란다. 새 곁에서 살아가기에 사람다워. 새를 곁에 안 두기에 사람빛을 잊다가 잃어. 새는 늘 사람 곁으로 찾아와서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벌레를 조금 잡고 열매·낟알을 조금 얻는단다. 너는 곁에 누가 있니? 너는 곁에 무엇·누구를 두니? 네 곁에 있는 어떤 숨결이 너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니? 새 곁에서 살기에 푸르고 맑아. 새를 멀리하기에 메마르고 죽어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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