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6.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

 왕겨 글·그림, 섬집아이, 2023.3.13.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휘파람새 노랫가락을 듣는다. 범지빠귀 노랫소리도 어우러진다. 멧개구리도 나란히 노래한다. 해가 밝다. 바람이 맑다. 곁에서 흐르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서 마음에 노래를 담을 수 있고, 왁왁대는 아우성으로 욱여넣을 수 있다. 작은아이가 제비꽃 한 송이를 톡 따고는 “꽃꿀냄새가 짙다”면서 내민다. 고맙구나. 멧딸기꽃이 피었다. 꽃이 피면 꽃내음이 퍼지고, 꽃이 지면 잎내음이 번지고, 짙푸른 잎 사이로 열매가 굵어가면 알내음이 살살 올라온다. 오뉴월에 딸기알을 다 훑으면 그때부터 늦가을까지 짙푸른 숨빛으로 우리 삶자리를 보듬어 준다.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는 들풀 이야기를 상냥하게 들려준다. ‘잡초’라는 한자말을 누가 언제부터 썼는 지 뚜렷이 알 길은 없되, 흙을 만지며 살림을 짓던 사람들은 아무도 안 썼다. ‘김·지심·검질풀’ 같은 말은 썼다. 여러 사투리는 ‘길다·질다(질기다)’라는 밑뜻을 품는다. 사람이 심은 남새에 대면 ‘길고 질기게’ 올라오는 들풀이 맞을 테고, 들풀이 돋기에 남새가 벌레한테 덜 파먹힌다. 들풀을 다 뽑으면 잎벌레도 풀벌레도 남새를 더 갉지. 애벌레가 나비로 거듭나 주어야 꽃가루받이를 한다. 모든 풀은 들꽃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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