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구두쇠 2023.4.19.물.
‘구두쇠’는 “굳은 쇠 = 굳은 사람”을 가리켜. ‘굳은’은 “돈을 굳히려 하다가 마음이 굳어버린 모습”이지. 돈을 안 쓴다면 ‘굳’어. ‘굳다 = 그대로 있다 = 메마르거나 딱딱하게 있다’란다. 놀라서 넋이 나가기에 “돌처럼 굳는다”고 한단다. 꼭 지키려고 하는 말을 ‘다짐’이라 하는데, ‘다짐 = 다지는 일’이야. 땅을 단단히 디디는 발짓이 ‘다지기·다짐’이지. “꼭 있거나 그대로”이도록 하는 ‘굳다’야.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쩍을 않거나 안 흔들리기에 ‘굳다·굳세다’라 한단다. 거칠거나 우둘투둘한 데에서도 걷기 좋도록 바닥을 단단히 댄 신을 ‘구두’라고 해. 어떤 일을 오래 하면서 손에 익숙할 무렵 ‘굳은살’이 배겨. 나무가 더는 물빛을 품지 않고서 말라붙을 적에도 ‘굳다’라 하지. ‘굳다’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언제까지나 “제결을 그대로 두고픈 마음”을 나타내는 말일 뿐이야. 돈을 함부로 안 쓰거나 아끼는 사람은 나쁠까 좋을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겠지? 그런데 돈을 못 빌리거나 못 얻으면 그만 그이를 ‘구두쇠’라고 일컬으면서 싫어하더구나. 돈을 빌리거나 얻어야 할 때가 있기도 할 텐데, 안 빌려주는 그 사람은 나쁜놈일까? 안 빌려주는 뜻이나 까닭이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돈을 빌리거나 얻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얼마나 ‘사랑으로 풀고 녹이는 마음이자 눈길’인가를 돌아볼 노릇이야. “구두쇠를 녹일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담은 말”을 나긋나긋 사근사근 들려준다면, 너도 구두쇠도 눈부시게 거듭나겠지. 그이는 돈을 안 써서 ‘굳은 쇠’라면, 넌 사랑으로 녹이지 않아서 ‘굳은 쇠’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