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정의구현 2023.4.20.나무.



사람이 줄기나 가지를 안 건드리면, 나무는 곧고 반듯하게 자란다고 여길 만해. 그러나 곰곰이 보면, 나무는 ‘곧바르게’ 자라기보다는 ‘해바라기’로 자라.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해를 고스란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다 보니, 너희 눈에는 얼핏 ‘곧고·바르게’ 보일 뿐이야. 나무도 풀꽃도 ‘해바라기로’ 자란단다. 해를 ‘바라는’ 마음에, 해를 ‘보는’ 눈빛에, 해를 ‘그리는’ 품에, 해를 ‘사랑하는’ 하루로 자라다가, 별빛을 그득 ‘품는’ 밤잠을 이루지. 너희 사람들은 으레 ‘바른말’에 ‘바른길’에 ‘바른일’을 말하더구나. 나쁘거나 그르거나 틀린 길·말·일을 하지 말자는 뜻이겠지. 구태여 나쁜말을 해야 하지 않고, 애써 나쁜일을 해야 할 까닭이 없지. 일부러 나쁜길로 접어들 까닭은 없어. 그런데 ‘바르게 살기’란 뭘까? 무엇이 ‘틀리거나 그릇되거나 말썽이거나 나쁜’ 길·말·일이지? ‘바르게 하기(정의구현)’라고 하는 말을 곰곰이 뜯으면, ‘사랑·꿈·살림을 바라보는 곳’하고 오히려 먼 듯하더라. 겉으로는 ‘바르게’라 읊지만, 속으로는 ‘우리 쪽하고 하나로 있지 않으면 다 나쁘거나 틀리다’고 여기더군. ‘사랑으로 돌보고 다스리기’가 아닌, 주먹으로 두들겨패거나 발길질로 밟는 사나운 몸짓을 ‘바르게(정의구현)’라고 허울을 씌우지 않니? 너희랑 한마음이 아니면 ‘안 바른길’이라고 여겨 괴롭히지 않니? 해바라기·꽃바라기·별바라기랑 등진 힘바라기·돈바라기·이름바라기에 얽매ㅇ니 수렁이지 않아? 어느 곳을 보든 사랑으로 보면, 다 녹이고 풀어서 담을 수 있어.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치고받고 싸울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