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처벌 2023.4.23.해.



‘폭력은 나쁘다’고 여기면서 막상 ‘폭력 없애기’를 폭력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많구나. 주먹질(폭력)이 나쁘다면 ‘바른 주먹질’도 ‘그릇된 주먹질’도 없어. 모든 주먹질(폭력)은 똑같이 주먹질이야. ‘좋은 사랑’도 ‘나쁜 사랑’도 없어. 사랑은 늘 사랑이란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없지. 말은 언제나 말일 뿐이야. 좋은 풀꼴나무가 있을까? 나쁜 풀꽃나무가 있을까? 풀꽃나무는 그저 풀꽃나무일 뿐 아닐까? ‘좋다·나쁘다’를 가르려 하기에 ‘이쪽이 옳다’와 ‘저쪽이 틀리다’를 쩍쩍 쪼개어 싸우고, 싸우려고 붙으니 주먹질이 불거져. 서로 스스로 옳거나 좋다고 여기면서 저쪽은 틀리거나 나쁘다고 밀치기에 주먹질이 싹터서 퍼진단다. ‘이쪽만 옳다’고 여기는 마음은 ‘옳은 쪽’이 힘세야 하고 힘을 부려서 앞장서거나 이끌거나 다스려야 한다고 여기지. ‘안 옳은 쪽’이나 ‘나쁜 쪽’이나 ‘틀린 쪽’이라며 손가락질을 받는 쪽은 그저 숨죽이거나 억눌리거나 암말도 하면 안 되기에, 고분고분 따르라고 내몰려는 마음이 주먹질(폭력·전쟁)으로 간단다. 이 주먹질은 어떻게 끊거나 없애거나 녹일 수 있을까? ‘값치르기(처벌)’를 안 시키면 돼. “네가 이만큼 잘못했으니, 이만큼 톡톡히 값을 치르라구!” 하는 짓(처벌)을 마음자리에서 깨끗이 치워야, 싸움부터 없고 갈라치기가 사라지니, 주먹질은 저절로 녹아서 떠나지. 값을 치르라고 내몰지 마. ‘사랑’을 펴서 사랑을 보여주렴. 해님처럼 날마다 알맞게 비추는 숨기운이 사랑이란다. 사랑을 폈으면 ‘해가 진 밤’이 갈마들듯, 가만히 지켜보고 기다리면 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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