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4.


《詩精神과 遊戱精神》

 이오덕 글, 창작과비평사, 1977.4.25.



밤을 샜다. 바깥일을 앞둔 날은 이모저모 집안을 치우느라 으레 밤을 샌다. 고흥에서는 어디로 길을 나서든 시외버스에서 한나절 넘게 엉덩이를 붙여야 하니 졸린 눈을 부비며 밤샘일을 한다. 아침나절에 구름밭을 본다. 작은아이 배웅을 받으면서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이른아침 시골버스는 시골 푸름이가 잔뜩 타는데 왜 이렇게 다들 ‘죽은 낯빛’일까? 나도 이 아이들 나이로 살던 지난날에 이렇게 죽은 낯빛이었을까? 아이들이 즐겁게 하루를 열며 재잘재줄 수다꽃으로 웃고 노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을 물려줄 수 없는가? 《詩精神과 遊戱精神》을 되읽었다. 이오덕 님은 2003년 8월에 멧새로 돌아간다. 어르신이 떠난 뒤 무덤에 절하러 갔을 적에 ‘멧새가 된 이오덕 님’을 만났다. 호롱 호롱 삣쫑 호로롱 하고 노래하시던데, 멧길을 오르내리다가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날 잠자리에 들며 “나는 이 몸을 어떻게 내려놓을 마음인가?” 하고 한참 생각했다. 아직도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이 몸을 어떻게 건사하고 다루다가 빛으로 돌아갈 마음인가? 그나저나 ‘창비’는 이 해묵은 책을 2003년에도 ‘한자가 새까만 판’으로 그냥 ‘복사’하듯 펴내며 책장사를 일삼았다. 참 슬프게 멍든 이 나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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