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다녀오다 2022.8.12.쇠.



하루는 어느 때에 열까? 새벽이라는 3시? 4시? 5시? 또는 아침이라는 6시? 7시? 8시? 네 하루는 어느 때부터 여니? 너는 하루를 여는 때에 무슨 그림을 담니? 네 하루는 어떤 마음과 말과 생각과 그림과 꿈으로 여니? 밤마다 꿈길을 다녀온다면, 낮마다 삶길을 다녀온단다. 밤마다 네 넋이 홀로 가볍게 꿈길을 다녀오기에 몸이 쉬고, 낮마다 네 몸이 새롭게 삶길을 다녀오기에 넋이 쉴 만하지. 밤낮으로 네 몸하고 넋이 갈마들면서 네 마음을 가꾼단다. 너는 늘 네 마음을 새록새록 들여다보면서 네 눈길·손길·발길을 가다듬지. 오늘은 밤에 어느 꿈길을 다녀왔니? 오늘은 낮에 어느 삶길을 다녀오려고 하니? 바람이 흐르면서 네 몸을 어루만지는구나. 별빛이 흐르면서 네 넋을 쓰다듬네. 언제나 바람결을 느끼니? 늘 빛줄기가 퍼지는 줄 알아차리니?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든 네 그림을 노상 머리에 띄우기를 바라.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다녀오든, 후박나무 곁에 서다가 무화과알을 따러 다녀오든, 구름을 타고서 이웃나라 바다를 누비고 오든, 네 말씨를 하나하나 돌아보렴. 네가 터뜨리는 말은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 흐르는 햇빛과 같니? 네가 하는 말은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하듯 모두를 사랑으로 품으려는 햇살과 같니? 네 몸과 같이 네 마음을 이루고, 다시 네 마음은 네 몸과 넋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자란단다. 서두르면 바쁘고, 바쁘면 서두르지. 느긋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느긋해. 네 몸짓하고 말은 언제나 네 얼굴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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