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 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3 쓸모
우리는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르게 살기에, 어느 분은 풀을 보며 ‘김(잡초)’이라고 느껴 김매기(잡초 제거)를 해야 합니다. 어느 분은 모든 풀이 다 다른 곳에 쓰임새가 있는 줄 느껴, 풀마다 이름을 붙이면서 요모조모 알뜰하게 건사합니다. 풀책(식물도감)을 펴면 참말로 모든 풀이 어떤 쓰임새(약효)가 있는가를 밝힙니다. 둘레에 “자, 보셔요. 이 풀은 이렇게 알뜰히 쓴답니다. 그렇게 사납게 죽이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못 쓸 풀(잡초)’이란 없이, 우리가 ‘안 쓰는 풀’일 뿐인걸요.” 하고 이야기하지만, “에그, 그렇게 하면 밭이 다 망가져!” 하는 대꾸가 쏟아집니다. 배추밭이며 마늘밭을 하자니 풀을 모조리 뽑거나 죽입니다. 어쩌면 서울살이(도시생활)라는 길도 김매기 같지 싶어요. 어떤 일을 겪거나 하건 늘 배워요. 배우지 않는 날이란 없어요. 책이나 배움터에서만 배우지 않아요. 밥을 짓다가도, 아기를 안아 어르다가도, 길에서 넘어지다가도, 매캐한 바람에 콜록이다가도, 파랗게 트인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이 삶을 배워요. 쓸모만 찾다가는 책을 책대로 못 읽지 싶습니다. 쓸모가 아닌 기쁨을 마음에 품고서 마주할 적에 모든 다른 책마다 일렁이는 즐거운 기운을 맞아들이면서 책읽기를 삶노래로 녹여내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