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픈데 2023.4.3.달.



아픈데 왜 하려고 드는지 모르겠지? 아플 적에는 아프니까 ‘아픈 대로’ 하고, 안 아플 적에는 안 아프니까 ‘안 아픈 대로’ 한단다. 튼튼할 적에만 해야 할까? 튼튼할 적에는 ‘튼튼한 대로’ 하면 되고, 안 튼튼할 적에는 ‘안 튼튼한 대로’ 하면 돼. ‘힘든데 굳이 하는 일’이 아니야. ‘모르는데 자꾸 가는 길’이 아니지. ‘아픈데 또 먹는 일’이지 않아. 얼핏설핏 보다가 스치면 모를 만해. 네가 아파 보기도 하고, 안 아파 보기도 하고, 졸려 보기도 하고, 번쩍 깨어나 보기도 하고, 끙끙거려 보기도 하고, 개운하게 씻어 보기도 하면, 어느새 ‘네(내)가 스스로 왜 그 길을 가는 지음(짓기)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가’를 문득 알 수 있어. 처음부터 알면 좋을까? ‘처음부터 알다’는 처음은 처음대로 보고 느끼고 안다는 뜻이고, 차츰차츰 새로 뻗으면서 ‘새롭게 알다’로 가는 셈이야. ‘처음부터 모르다’는 처음은 처음대로 못 보고 못 느끼고 모른다는 뜻이고, 어쩐지 끝까지 내내 모르다 보니까 ‘나는 그야말로 몽땅 모른다’고 ‘알아차려서 눈뜨는’ 길이란다. 아프니까 아파서 해. 말짱하니까 말짱히 해. 잔뜩 쌓기도 하고, 어지럽히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하고, 춤추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느릿느릿하기도 해. 언제나 새로 눈뜨는 마음으로 가려 하기에, ‘아픈데 하’거나 ‘성가신데 하’거나 ‘싫은데 하’거나 ‘졸린데 하’는 모습일 만해. 다시 바라보렴. 아프기에 아픈몸·아픈마음이 나을 수 있도록 움직인단다. 네 잣대나 눈썰미가 아닌 ‘아픈 그이’ 눈으로 바라보기를 바라. 모든 아픈 빛은 한때이기에, 알을 깨고 나온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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