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찍는 2023.3.28.불.
네가 쌀밥을 먹으니, 이웃나라 사람들도 쌀밥을 먹어야 할까? 이웃마을 사람은? 너랑 한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네가 갈비찜이나 피자나 순대나 파스타를 먹으니, 이웃나라 사람들이나 이웃마을 사람들이나 한집 사람들이 다 똑같이 먹어야 할까? 네가 고기밥(육식)을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풀밥(채식)을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주전부리(과자)를 한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굶는다면 네가 할 뿐이야. 네가 이슬을 머금어도 네가 할 뿐이지. 네가 햇빛이나 별빛으로 배부르면 언제나 네가 할 뿐이란다. 네가 두 그릇을 먹으니 남들도 두 그릇을 먹어야 할까? 네가 한 숟가락도 안 먹으니 남들도 안 건드려야 할까? ‘좋음·나쁨’으로 가르지 마. ‘좋음·나쁨’으로 갈라서 ‘이래야 한다’나 ‘저러니까 나쁘다’ 하고 금긋지 마. 너는 네 몸에 맞으면서 네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가는 네 뜻을 읽고 느끼고 보고 알면서 즐겁게 얘기하면 돼. ‘네가 아닌 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몸에 맞추어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가는 다 다른 뜻을 저마다 읽고 느끼고 보고 알면서 즐겁게 얘기하면 돼. ‘네가 보기에 나쁘다’고 하더라도 가로막지 마. 그저 지켜봐. ‘좋음·나쁨’을 섣불리 재거나 따지면서 가르치지 마. 네가 네 몸·마음을 스스로 느끼고 보고 읽고 알면서 배우고서 오늘 이곳에 이르듯, ‘네 둘레 모든 이웃’이 저마다 스스로 느끼고 보고 읽고 알면서 배우는 삶을 네 눈썰미로 느끼기만 하렴.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 숲이 사라져. 그런데 눈으로 보면서 “사진기로 찍으”면 숲이 그대로야. 똑같이 ‘찍다’이지만 삶도 결도 모습도 다르지 않니? ‘죽여서 없애는 도끼찍기’와 같은 가름·금긋기이고, ‘마음에 담아 나누는 사진찍기’와 같은 지켜봄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