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5 꾸밈글



  “꾸미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처럼 생각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만, 낱말책에 담는 뜻풀이는 꾸며서 쓰면 어울릴까요? 한자말 ‘설명문’이란 이름을 붙일 적에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서 쓰는 글”이라고 하되, ‘문학’이라 하면 “보기에 좋도록 꾸며서 쓴 글”로 여겨 버릇합니다. ‘예술’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빛”이 아닌 “보기에 좋도록 꾸며서 나타내는 빛”으로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꾸밈’을 영어로 옮기면 ‘디자인’입니다. 똑같은 알맹이여도 겉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둘레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니, 더 널리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꾸민다고들 합니다. 글(문학)도 살림(예술)도 꾸며야 좋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속을 가꾸지 않고, 겉만 꾸민다”고 한다면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겉모습으로 속이는 길”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낱말풀이뿐 아니라 모든 글은 구태여 꾸미기보다는 가꿀 노릇 아닐까요? 가꾸는 마음이 사라지고 꾸미는 손짓만 늘면서 허울좋은 글이 넘치지 않나요? “꾸미면 꾸밈글”이요, “삶·넋·생각·마음·사랑·살림·숲을 그대로 담으면 글”이라고 느낍니다. 꾸밈글은 돈을 꾸듯 억지로 빈자리를 채우는 눈가림입니다. 글은 그대로 사랑하는 참빛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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