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3.31.

오늘말. 지싯거리다


거머쥔 자리에서 내려오기 싫기에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움켜쥔 힘을 안 놓고 싶으니 지싯거리면서 무쇠낯이기도 합니다. 이름자리가 아닌 일자리를 헤아린다면 억지로 버틸 까닭이 없습니다. 돈자리가 아닌 살림자리를 바라본다면 고약하게 붙잡지 않을 테지요. 사람으로서 삶·살림·사랑을 품는 사람은 뻔뻔하지도 날뛰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가꿀 줄 안다면 이웃을 내쫓거나 동무를 거꾸러뜨리는 몹쓸짓을 일삼지 않아요. 살림을 돌보지 않으니 만무방이요, 사랑을 펴지 않으니 망나니입니다. 살림하고 사랑이 사라진 삶이니 부라퀴처럼 까불면서 스스로 제 마음부터 깨부숩니다. 나어린 사람이 기어오르지 않아요. 여린 사람이 괘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있는 이가 잡아떼고, 도리어 이름있는 이가 깝죽대며, 되레 돈있는 이가 오리발이면서 주제넘습니다. 들꽃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어거지로 피는 들꽃은 없습니다. 나무를 품을 수 있을까요. 낯두꺼운 나무란 없어요. 되바라진 들꽃도 없고, 버릇없는 나무도 없습니다. 마음자리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쇠낯을 벗어요. 궂은 틀을 물리치고, 얄궂은 담을 허물어요.


ㅅㄴㄹ


억지·어거지·주제넘다·뻔뻔하다·건방지다·괘씸하다·고약하다·되레·도리어·외려·오히려·거꾸로·오리발·잡아떼다·지싯거리다·기어오르다·까불다·깝죽대다·날뛰다·낯두껍다·쇠낯·무쇠낯·몹쓸·몹쓸것·되바라지다·만무방·망나니·버릇없다·부라퀴 ← 적반하장


깨다·깨뜨리다·깨부수다·없애다·헐다·허물다·쓰러뜨리다·자빠뜨리다·부수다·바수다·쫓다·내쫓다·쫓아내다·거꾸러뜨리다·몰아내다·물리치다·무너뜨리다·벗다·버리다·씻다·털다·이기다·딛고서다·치다 ← 타도, 타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