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3.29.

오늘말. 보드랍다


곧은길을 걸어가면 동무가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곧게 살아가는데 왜 동무가 줄어요?” 하고 물으면 “맑은물에는 고기가 꾀지 않으니, 알맞게 더러워야지.” 하고 대꾸합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며 맑은 냇물을 만나기 어려웠기에 둘레 이야기가 고분고분 들리지 않았어요. 틈나는 대로 맑은 냇물이나 바닷물을 찾아보았고, 골짜기나 바다에 풍덩 잠기면 “뭐야? 맑은물에 왜 헤엄이가 없어? 이렇게 많은데?” 하면서 “난 곧고 곱게 삶을 가꾸고, 착하고 참하게 하루를 노래할 마음이야. 동무가 맑은물을 마시기를 바라. 이웃이 맑은비에 몸을 적시며 춤추기를 바라.” 하고 되새겼습니다. 옛날을 되씹고 오늘날을 돌아보아도 매한가지입니다. 똑바르기에 동무가 없지 않아요. 핑계입니다. 꽃바른 이웃은 곳곳에 많고, 올곧은 동무도 여러 곳에서 즐겁게 살아갑니다. 보드랍게 피어나는 봄꽃이고, 솔솔 부는 봄바람입니다. 부드럽게 번지는 봄볕이고, 조용조용 내려앉는 별빛이에요. 모든 꽃도 잎도 치우치지 않는 숨결입니다. 모든 나비도 새도 다소곳하게 잘 살아갑니다.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살림을 지을 테니, 산들바람 같은 하루를 그리려 합니다.


ㅅㄴㄹ


곧다·곧은길·바르다·바른길·맞다·마땅하다·꽃바르다·똑바르다·올곧다·올바르다·옳다·옳은길·길·결·빛·꽃·살림·산들바람·보드랍다·부드럽다·매끈하다·치우침없다·잘·잘 있다·잘되다·탄탄하다·알 만하다·솔솔·술술·아늑하다·착착·척척·차근차근·고분고분·곱다·얌전하다·참하다·다소곳하다·조용조용·가만히 ← 순리(順理)


되짚다·짚다·되새기다·새기다·되씹다·다시보다·돌아보다·되돌아보다·살피다·생각하다 ← 복기(復棋/復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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