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3.26.

오늘말. 삿대말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 “그런데 ‘반찬’이 뭐예요? 무슨 뜻이에요?” 하고 여쭌 적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묻는다 싶은 말에 한참 생각하신 어머니는 “곁들여서 먹는다는 말이야.” 하고 들려주었고, 저는 “곁들여서 먹는데 왜 ‘반찬’이라고 해요? 곁들여서 먹으면 ‘곁들이’ 아니에요? ‘겉절이’처럼요?” 하고 되여쭈며 아리송했습니다. 곁들여서 먹을 적에는 굳이 ‘찬(饌)·반찬(飯饌)’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곁들이’에 ‘곁거리’예요. 사이에 먹기에 ‘샛밥’이자 ‘새참’입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사랑을 담아 들려준다면 ‘사랑말’입니다.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듯 읊으면 ‘손가락질’입니다. 아픈 데를 자꾸 후비니 ‘후빔말’이라 할 텐데, 아프게 뜯듯이 말하니 ‘물어뜯다’라든지 ‘헐뜯다’라 하기도 합니다. 온누리 온갖 윽박말을 돌아보면, 이 주먹말을 듣는 사람을 까대려고 하는 말이라기보다, 이 쓰레말을 읊는 스스로 할퀴는 깎음말이라고 느껴요. 삿대말이란, 스스로 제 얼굴에 화살을 쏘는 말입니다. 더럼타령이란, 스스로 제 몸에 똥을 붓는 타령입니다. 추레하거나 구지레한 모든 말은 늘 스스로 더럽히는 딱한 왁왁질입니다.


ㅅㄴㄹ


사잇밥·샛밥·새참·샛짬·주전부리·조잔부리·군것·까까·참·입가심·입다심·입씻이·곁거리·곁두리·곁밥·곁들다·곁들이·곁들임 ← 다과(茶菓)


고약말·고얀말·구정말·구지레말·추레말·까다·까대다·깎다·깎아내리다·깎음질·깎음짓·깎음말·쓰레말·할퀴다·낮추다·낮춤질·낮춤말·윽박말·주먹말·뜯다·물어뜯다·사이뜯기·쥐어뜯다·헐뜯다·막말·막소리·막얘기·더럼말·더럼타령·똥말·따따부따·왁왁거리다·삿대말·손가락질·화살·비꼬다·비꼼말·비아냥·허튼말·후리다·후비다·이름뜯기·이름깎기·이웃뜯기·자잘말·자잘하다·지저분하다 ← 명예훼손, 인신공격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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