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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왜? - 청소년을 위한 바다 인문학 ㅣ 생각하는 돌고래 1
김준 지음, 이장미 그림 / 웃는돌고래 / 2016년 2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3.3.22.
푸른책시렁 167
《물고기가 왜?》
김준 글
이장미 그림
웃는돌고래
2016.2.25.
《물고기가 왜?》(김준·이장미, 웃는돌고래, 2016)를 읽는 동안 갑갑했습니다. 글쓴이는 내내 ‘물고기’만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물에 사는 고기’라는 대목으로만 바다를 바라보는 터라, ‘고기잡이를 하는 바닷사람’들만 잘못한다고 여깁니다.
바닷물은 냇물입니다. 바닷물은 구름이요 빗물이거든요. 숲이 망가지면 바다도 망가집니다. 그래서 바닷가에는 함부로 길을 안 놓아야 합니다. 구름이 되고 비가 된 바닷물이 땅을 씻어서 갯벌을 거쳐 모래밭을 지나 천천히 바다로 돌아가는 얼거리를 ‘길바닥(아스팔트 도로)’으로 막아 놓으면 바다는 저절로 망가집니다.
서울에 있는 하늘나루(공항)로는 모자라 인천에 하늘나루를 새로 지은 이 나라입니다. 인천 영종섬하고 용유섬을 메웠고, 둘레 갯벌도 무시무시하게 메웠을 뿐 아니라, 섬에 때려박은 하늘나루하고 이으려고 긴다리를 놓았습니다. 이 바보짓은 바다를 더더욱 망가뜨렸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부산 가덕섬에 또 하늘나루를 더 놓으려 할 뿐 아니라, 제주섬에도 하늘나루를 더 두려고 합니다.
물고기를 먹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뭍고기를 먹는 사람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고기나 뭍고기도, 풀꽃나무도 모두 목숨입니다. 풀만 먹기에 착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풀도 낟알도 열매도 과일도 하나같이 목숨입니다. 무엇을 먹든 ‘먹을’ 적에는 다른 목숨을 우리 몸에 넣는 얼거리입니다.
《물고기가 왜?》라는 책이 푸름이한테 바다살림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알찬 책이기를 바랐다면, ‘물에 사는 먹을거리인 고기’로 쳐다보지 말고, ‘물에 사는 이웃 숨결인 헤엄이’로 마주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식량자원·수산자원’이 아닌, 그저 바다로 싱그러운 길을 헤아릴 적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49쪽에 ‘발쟁이’라는 이름을 마치 깎음말(천시)로 여기는데, ‘-쟁이’란 이름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입니다. 글을 쓰니 글쟁이요, 그림을 그리니 그림쟁이입니다. ‘살림꾼·농사꾼’이란 이름이 있는데, ‘발꾼’이란 이름을 붙였다면 더 깎음말로 여기는 셈일까요? ‘물고기를 소비하는 서울사람(도시인) 눈길’로만 바라볼 적에는 헤엄이도 바다도 숲도 사람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이웃 목숨’을 이웃으로 마주하는 눈길로 가다듬고서 바다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빠른 속도에 길들여진 우리는 어부들에게 작은 조개를 잡게 만들고, 촘촘한 그물로 채 자라지 않은 어린 물고기를 잡게 만들어. (9쪽)
대구 맛이 특히 좋은 때는 바로 알을 낳는 12월에서 3월까지야. 이무렵의 대구로는 뭘 해 먹어도 엄청 맛있지. (22쪽)
옛날에 지족마을에서는 죽방렴을 이용해 멸치를 잡는 사람을 ‘발쟁이’라 부르기도 했대. 전문 직업인으로서 장인에 해당하지만 천시를 했지. (49쪽)
아주 작은 물고기지만 몸에 좋고, 맛도 좋고, 바다를 풍성하게 만드는 멸치. 밥상에 올라온 멸치가 새롭게 보이지? 소중한 멸치가 우리 바다에 그득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는 방식도 더 많이 고민하면 좋겠어. (6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