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66
《先進祖國의 창조》
전두환 말
문화공보부
1983.1.19.
전두환 씨는 마지막숨을 몰아쉬던 무렵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지난삶이 휙휙 스치면서 그동안 무슨 짓을 일삼았는지 한눈에 보았을까요?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면서 환하게 웃음지었을까요? 《先進祖國의 창조》를 2000년 즈음 어느 날 헌책집에서 3000원에 장만했습니다. 제가 어느 책을 사는지 흘깃 구경하던 분이 묻습니다. “전두환이 책을 왜 사요?” “오늘 사놓지 않으면 이들이 예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떠벌인 자취를 알 길이 없거든요.” “그래도 그런 나부랭이를 돈 주고 사나?” “돈을 들여서 사놓아야지요. 문화공보부 놈들이 뭔 짓을 함께 저지르면서 돈을 벌었는지를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 우두머리 한 놈만 몹쓸놈일 수 없어요. 그놈 곁에 빌붙어 고물을 받아먹은 모든 놈들이 똑같아요.” 몹쓸짓을 앞장서서 벌인 놈이 있으면, 이놈 곁에서 심부름을 한 놈이 있고, 심부름을 옮기거나 받아적어서 펴거나 알린 놈이 있습니다. 줄줄줄 사슬입니다. 윗자리랑 밑자리 모두 검은돈을 갉아먹어요. 이러던 2023년 3월 15일, 전우원 씨가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행각을 밝힙니다. 저도 범죄자이고 처벌받겠습니다.” 하고 누리길(sns)에 뒷낯을 하나하나 드러냈어요. 손자는 검은돈과 검은짓으로 숨지 않고 말끔히 털어내려는 눈물길을 여는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