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그릇 2022.3.21.달.



먹지 않으면 굶어죽는다는 두렴씨앗을 스스로 마음에 심기에, 늘 이 생각에 사로잡혀서 죽는다. 먹어야 안 굶어죽는다는 생각에 갇히기에 둘레 목숨이 너랑 어떻게 다르면서 닮은 빛인가 하고 살필 겨를이 없이 허겁지겁 움직이지. 햇볕·바람·비를 받아들이면서 땅에 뿌리를 뻗는 풀꽃나무는 ‘먹을’까? 사람은 왜 ‘몸이 먹어’야 한다고 여길까? ‘먹을’ 적에 무슨 기운을 어떤 빛으로 맞아들이려는 마음일까? 홀가분하고(자유롭고) 싶다면 안 먹으면 되거나 아주 조금 맛보면 돼. 살아가겠다는 마음이라면 풀꽃나무가 너희한테 ‘이슬받이’를 알려주고 ‘해받이·비받이·바람받이’를 알려주지. 땅(흙)에서 기운을 발바닥을 거쳐 끌어올리는 길도 풀꽃나무한테서 배울 만해. 바람은 너희한테 따로 무게가 없이 스스로 그리는 대로 움직이거나 갈 수 있는 줄 알려줘. 해는 너희가 스스로 기운을 끌어올려서 마음껏 빛·볕·살을 펴는 길을 알려주지. 비는 너희가 온누리를 두루 누비며 이야기를 듣는 길을 알려줘. 풀은 너희가 훑어서 먹을 때뿐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다듬고 발바닥으로 사뿐히 디디면서 푸르게 살아가는 길을 알려줘. 돌은 너희가 아프거나 앓을 까닭이 없이 한결같이 튼튼한 길을 알려줘. 구름은 너희한테 걸음걸이를 가르치고, 춤추며 뛰노는 길을 알려주지. 너희가 눈을 뜨고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저마다 너희한테 길잡이가 되거나 길동무로 지내려 한단다. 보렴. 눈을 뜨고도 보고, 눈을 감고도 보렴. 맞이하렴. 두 눈으로도 맞이하고 온마음으로도 맞이해 봐. 받아들일 네 그릇은 작지도 크지도 않아. 네가 스스로 작다고 여기면 도무지 못 받아들이기 일쑤이고, 네가 스스로 넉넉하다고 여기면 언제나 실컷 받아들인단다. 잘 하거나 못 하는 사람은 없어.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내내 다르게 흐를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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