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3.
《피아노의 요정》
롯떼 킨스코퍼 글·박혜선 그림/조의순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2.12.5.
밤새 가늘게 빗소리가 울리다가 새벽에 갠다. 아침에는 감쪽같이 구름이 걷힌다. 흙은 늦겨울 가랑비를 맞고서 촉촉하다. 며칠 동안 잎샘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이 빗방울로 망울이 한껏 부푼다. 해는 차츰 높아 어느덧 아침해도 낮해도 마루로 더는 안 스민다. 이제는 처마 밑으로 그늘이 살짝 지려 한다. 따뜻하게 높아가는 하늘이로구나. 바람조차 가볍다. 벌써 산들바람 같다. 《피아노의 요정》을 읽었다. 뜻깊이 흐르는 줄거리가 돋보인다고 느끼면서도 살짝 아쉽다. 다만, 살짝 아쉬울 뿐, 매우 잘 쓴 이야기라고 본다. 우리나라 어린이책 가운데 몇 가지나 이만큼 이야기를 여밀 수 있을까? 아이를 낳기는 했어도 아이랑 하루를 누리는 기쁜 나날을 보내는 어버이나 어른이 차츰 줄어든다고 느낀다. 돌봄(보육)을 배움터(학교)나 나라(정부)에 떠넘기려는 이들이 너무 많다. 돌봄이(보육교사)가 따로 있기도 해야 할 테지만, 먼저 어버이가 돌봄이로 느긋이 지내는 틀이 서야겠고, 길잡이(교사)가 어느 만큼 있기도 해야겠지만, 누구보다 어버이가 아이 곁에서 길잡이로 함께 걸어갈 노릇이다. 돈이 너무 많이 샌다. ‘교육예산’은 배움터가 아닌 수수한 보금자리로 돌릴 노릇이다. 애먼 짓(정책)은 멈추고 어버이가 어버이로 살면 된다.
#DerKlavierling #LotteKinskofe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