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환상 2023.3.7.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오늘’일까? ‘벌어진 일’은 이미 지나가지 않니? 벌어지고서 1초, 10초, 1분, 10분, 1시간…… 이렇게 지나가지? 그렇다면 ‘벌어진 일’은 ‘얼마나 오늘’일까? 너는 틀림없이 ‘오늘’을 산단다. 그런데 네가 살아가는 오늘은 늘 휙휙 다가와서 훅훅 지나가지 않아? 너는 ‘먹는다’고 하는데, 왜 네가 먹은 모든 것은 다른 덩이(똥오줌)인 모습으로 바뀌어 나올까? 아무래도 처음 네가 쥔 모습인 덩이라면, 네 몸을 지나가기 어렵겠지? 되도록 ‘물’과 ‘물 아닌 것’으로 나누어서 네 몸을 지나간단다. 네가 마시는 ‘바람’도 그저 네 몸뚱이를 구석구석 지나가지. 다 지나간단다. 다들 틀림없이 네 곁에서 ‘오늘’ 있되, ‘오늘 그곳에 멈추’지 않고 고스란히 지나간단다. 생각해 보겠니? 네가 ‘오늘에 멈추’면, 넌 굳어버려. 모든 오늘은 ‘와서 지나가는 길목’이야. 너한테 닿아서 지나가기에 네가 늘 새롭게 느끼고 알아가는 오늘이지. 너한테 다가오지 않아서 닿지 않았다면 오늘이 아닐 테지. 너한테 다가오면서 이내 지나가기에 오늘이야. 그래서 모든 삶은 물결처럼 ‘춤’이자 ‘그림’이자 ‘바람’이자 ‘숨’이자 ‘하늘’이자 ‘노래’이자 ‘길’이야.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을 까닭도 없어. 네가 무엇을 먹든,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네 몸에 이바지하는 빛을 반짝 비추고 지나가’도록 바라보면 돼. ‘네 눈빛’과 ‘눈빛에 담은 마음’이 언제나 ‘영양소’란다. ‘숨’을 쉬는 ‘속’을 안 보고 ‘겉에 쓰인 무늬’만 보기에 허울(환상)에 사로잡혀. 똑바로 삶을 보라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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