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3.12.
오늘말. 윗놈
위아래가 있다면 위쪽하고 아래쪽이 있을 테지요. 얼핏 본다면 윗몸하고 아랫몸을 가르듯, 윗도리랑 아랫도리가 있듯, 윗사람하고 아랫사람이 있을 만합니다. 오늘날 터전은 윗분하고 ‘아랫놈’으로 갈라요. 윗내기랑 아랫내기 사이는 까마득합니다. 함께 일하며 어깨동무하는 결이 아닌, 아득히 벌어진 높낮이입니다. 서로서로 윗자리에 서려고 겨룹니다. 높은벼슬을 얻지 못 하면 풀이 죽고, 높은이가 되면 우쭐거려요. 겉으로는 모든 일은 뜻있고 값있을 뿐 아니라, 높일·낮일로 가르지 말아야 한다지만, 막상 이 나라는 윗놈이랑 ‘아랫님’이 멀디멀리 떨어진 채 안 만나는구나 싶습니다. 그분들은 그분들끼리 놀아요. 우리는 우리끼리 놀고요. 높이 솟는 나무는 뿌리가 그만큼 깊습니다. 가지를 뻗는 나무는 뿌리가 그만큼 넓게 퍼집니다. 한 사람을 높이 세운다면, 한 사람을 그만큼 바닥에 깔아뭉갠다는 뜻입니다. 누구를 높일 적에는 누구를 낮추고 마는 얼거리인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껍데기가 아닌 숨결로 바라보고, 모든 목숨붙이를 이름값이 아닌 숨빛으로 헤아릴 노릇입니다. 꼭두도 으뜸도 아닌 꼴찌도 못난이도 아닌 삶을 바라봅니다.
ㅅㄴㄹ
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멀리·먼길·머나먼길·멀디먼길·먼곳·먼데·먼발치· 멀찌가니·멀찌감치·멀찍이·멀리가다·까마득하다·까마득길·아득하다·아득길·아스라하다·아찔길 ← 원거리(遠距離), 천리만리, 천만리
위·위쪽·윗길·윗사람·윗내기·윗님·윗분·윗놈·윗자리·윗줄·윗벼슬·으뜸자리·꼭두자리·꼭두벼슬·높은곳·높곳·높은자리·높자리·높은벼슬·높은분·높은이·높은님·눞님·분 ← 상관(上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