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3.4.

오늘말. 곤두박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마음이 모여 빠른길을 자꾸 놓습니다. 시골하고 서울 사이를 굳이 빨리 달려야 할까요? 큰고장 사이에 씽씽 내달리는 길을 내야 할까요? 그저 빠르게만 달리려고 하니 멧자락에 구멍을 뚫고 냇물을 가로지르는 잿더미 다리를 놓습니다. 온나라가 시커먼 부릉길에 시끄럽게 씽씽쌩쌩 멈추지 않습니다. 억수로 늘어나는 쇳덩이를 건사하자니 빈터는 사라지고, 다들 앞서가려 하면서 아이들이 콜록콜록 시들시들합니다. 두멧골에 놀러가려는 마음이 하늘수레(케이블카)를 늘리지요. 왜 멧숲에 포근히 안기려 하지 않고 꼭대기를 밟으려 할까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눈부신 사랑이 아닌, 높은곳에 올라 내려다보려는 지지리 얕은 셈속 탓에 스스로 망가지지 않는지요. 피튀며 치달리는 곳에는 벼랑이 있을 뿐입니다. 제딴에는 아무리 빨리 먼저 가는 듯 보여도, 남보다 빨리 먼저 죽음길로 치닫는 모습이에요. 높이높이 얼른얼른 가려니 그만 곤두박을 쳐요. 크게 쌓되 혼자 거머쥐려 하니 내림길로 굴러떨어져요. 재주가 빼어나거나 솜씨가 훌륭하더라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포근한 사랑이 없으면 밑으로 내려가서 처음부터 다시 할 노릇입니다.


ㅅㄴㄹ


메·멧골·멧숲·멧자락·두메·두멧골·두멧속·두멧고을·두멧마을·두멧자락·두멧터·오름 ← 산악(山岳/山嶽), 산악지대


내리막·내려가다·내려오다·내림길·비탈·곤두박·밑·밑으로 ← 다운힐


높이·높은곳·높다·높다랗다·크다·많다·대단하다·눈부시다·지나치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억수·몹시·아주·무척·매우·아무리·암만·제아무리·제딴·지지리·까다롭다·고되다·힘들다·어렵다·불꽃튀다·팽팽하다·피튀다·앞서가다·앞서다·빛·빛나다·좋다 ← 고도(高度), 고도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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