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3.4.

오늘말. 바늘땀


꾸준하게 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고 하는데, 찬찬히 하는 사람은 겨룰 마음이 없어요. 지며리 하는 사람은 다투지 않고, 줄기차게 하는 사람은 싸우지 않습니다. 고지식한 사람은 그저 곧게 나아갈 뿐입니다. 오래오래 하는 사람은 스스로 품은 뜻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이에요. 온힘을 다해도 되고, 땀흘리며 노래해도 되어요. 그저 힘쓰거나 뼈를 깎기보다는, 땀 한 방울마다 노래 한 자락을 부르면서 걸어간다면 이 삶자락에 푸르게 바람이 일렁일 만합니다. 꽃잎이 팔랑이다가 떨어지는 곳도 꽃길이되, 상냥하게 돌보려는 마음이 흐르는 꽃손길도 꽃길입니다. 삶을 마감하는 사람 곁에서 토닥토닥 달래면서 몸도 마음도 보살펴요. 죽음을 기다리는 터전이 아닌, 이 삶을 매듭지으면서 새롭게 나아갈 길을 그립니다. 태어나며 새몸을 받는 자리도, 숨을 거두며 헌몸을 내려놓는 자리도, 나란히 꽃터입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꽃길에 바늘땀을 하나둘 놓습니다. 빗방울 무늬도 놓고, 꽃송이 무늬도 놓습니다. 글무늬를 넣어도 어울리고 그림무늬를 담아도 즐거워요. 온마음으로 한 땀씩 나아갑니다. 온뜻으로 한 발짝씩 옮깁니다.


ㅅㄴㄹ


꾸준하다·찬찬하다·지며리·줄기차다·고지식·오래·오래오래·두고두고·온마음·온뜻·온몸바치다·한몸바치다·온힘·온힘으로·마음바치다·몸바치다·땀노래·땀흘리다·힘쓰다·애쓰다·뼈를 깎다·죽도록·피나다·피땀·피눈물 ← 우공이산


무늬·글무늬·그림무늬·놓다·꽃·땀·바늘땀 ← 수(繡)


꽃돌봄터·꽃돌봄집·꽃손터·꽃손길터·꽃손길집·꽃손·꽃손길·꽃돌봄·끝돌봄·꽃터·끝돌봄터·끝돌봄집·끝터·마감돌봄·마무리돌봄·마감터·마감집·마감돌봄터·마감돌봄집·마무리터·마무리집·돌봄터·돌봄울·돌봄울타리·보살핌집·보살핌터·보살핌울·보살핌울타리 ← 호스피스(hospic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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