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충분한 생활 - 씨앗 할머니의 작은 살림 레시피
하야카와 유미 지음, 류순미 옮김 / 열매하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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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3.4.

숲책 읽기 185


《이것으로 충분한 생활》

 하야카와 유미

 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21.5.1.



  《이것으로 충분한 생활》(하야카와 유미/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21)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여민 분이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살림’ 하나이지 싶습니다. ‘농업·농촌’이 아닌 ‘귀농·귀촌’도 아닌 그저 ‘살림’ 하나입니다.


  우리말하고 한자말 사이인 ‘살림’하고 ‘농’이 아닙니다. 겉보기로는 우리말 

‘살림’이요, 속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면 ‘살림·사랑·사람·삶·사이·새로움·생각’이 하나씩 맞물립니다. 겉보기로 한자말인 ‘농’은 ‘농촌·농사·농업·농부’로 잇닿는데, 어디에서도 살림살이나 사랑이나 사람이나 삶을 엿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중국도 ‘한자를 쓰던 사람’이 아닙니다. 글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흙을 만지면서 살림을 빛낸 사람들은 굳이 글을 짓거나 그리지 않았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말을 지어서 이야기를 펴면서 살림을 일군 사람들입니다.


  보금자리를 일구며 살아가는 길에 글은 딱히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말로 들려주면 되고, 몸으로 보여주면 되며 이야기로 함께하면 됩니다. 다만, 이제는 글이라는 ‘새로운 살림’이 태어난 터라, ‘우두머리(권력자)가 벼슬을 세워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부리던 굴레’인 글이 아닌, ‘흙살림도 집살림도 옷살림도 밥살림도 보금자리에서 사랑으로 수수하게 짓는 길’인 글을 가꿀 수 있으면 됩니다.


  모든 살림길은 어른만 하지 않아요. 아이도 나란히 합니다. 어른이라면 쟁기질을 할 수 있을 테고, 아이라면 호미질을 할 수 있어요. 씨앗이며 나무는 어른도 아이도 함께 심습니다. 풀꽃나무는 어른하고 아이가 함께 사랑하지요.


  그러니까, 어른끼리 알아듣는 어렵거나 까다로운 글이라면 걷어치울 노릇입니다. 어른끼리 읽고 읽히는 글이라면 처음부터 쓰지도 읽지도 말 노릇입니다.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을 옮길 글일 적에 스스로 어른답습니다. 아이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거나, 아이가 알아보지 못할 글을 쓴다면, 그대는 ‘어른 아닌 늙은이나 꼰대’입니다. 일본도 중국도 아이들한테 섣불리 한자를 안 읽히고 안 보여줍니다. 그저 ‘말’을 들려주고, 이 말도 매우 쉽고 부드러이 살림살이를 드러내는 결로 살려서 들려줍니다.


  이만하면 넉넉한 삶으로 가자면, 살림말을 쓸 일입니다. 이처럼 아늑한 살림이자면, 사랑말을 쓰면 됩니다. 이대로 즐거운 나날이기를 바라면, 사람말을 펴고 숲말을 헤아리고 삶말을 스스로 짓는 하루로 살아가면 되어요.


ㅅㄴㄹ


작은 밭에 씨앗을 뿌립니다. ‘흙만 있으면’ 손바닥만 한 작은 밭에서도 행복을 키울 수 있습니다. (14쪽)


제가 무척 좋아하는 참마를 멧도지나 사슴도 좋아하나 봅니다. 밭에서 키우는 참마를 거의 절반이나 먹어치우는 바람에 속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도 참마를 모두 먹어없애지 못할 정도로 참마는 생명력이 강합니다. (34∼35쪽)


제가 사는 마을에서는 매일 오후 3시가 넘으면 장작불로 목욕물을 데우느라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86쪽)


우리의 진짜 일은 살림이 아닐까요. 사람은 살림을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회는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살고 있지요. (139쪽)


이름난 작가나 창작자만이 아니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6쪽)


칼을 가는 시간은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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