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든 2021.12.12.해.



아직 없으니까 데려오고 싶지. 이제 있다면 이곳에 있는 대로 실컷 쓰면 돼. 아직 있으니까 나누고 싶어. 이제 없다면 가볍게 탁 털고서 일어서면 돼. 없으니 얻어. 없으니 엉성하거나 어지러울 만한데, 없으니 어디이든 간단다. 있으니 이어주지. 있으니 이따금 이야기로 하는데, 있으니 이제부터 새길을 간단다. 너한테 무엇이 없고 있는지 들여다보렴. 너한테 무엇이 없어서 즐겁고 서운한지 바라보렴. 너한테 무엇이 있어서 신나고 시무룩한지 헤아리렴. 없기에 바라도 되고, 있기에 가꾸어도 돼. 없기에 가벼우면 되고, 있기에 활짝 펴서 홀가분하면 돼. 없기에 슬프다면, 있기에 똑같이 슬프단다. 있기에 벅차면, 없기에 늘 버겁지. ‘있고없음·없고있음’은 늘 함께야. 따로인 적은 없어. 있기에 없고, 없기에 있지. 네가 눈을 제대로 뜨면 ‘있든 없든’ 네 눈으로 보면서 네 길을 가더라. 네가 눈을 질끈 감으면 ‘있든 없든’ 남 눈에 휘말리면서 남이 시키는 대로 휘둘리지. 그러나 휘말리고 휘둘리기에 네 몸에는 ‘남이 시키는 멋’이 무엇인지 찬찬히 쌓여. 쌓여서 ‘있기’에 길들며 잠들기도 하고, 쌓여서 ‘있더’라도 곧 털어내려고 눈뜨기도 해. 스스로 그려서 하노라면 ‘남을 볼 일’이 없으니까 휘말림·휘두름을 모르지. 알 까닭이 없어. 스스로 그려서 하는 오늘이 ‘있기’에 한결같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스스로 그려서 하는 오늘이 ‘있기’에 한결같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스스로 그려서 하는 오늘이 ‘있더’라도 문득 넋을 놓으면 조금씩 남을 쳐다보다가 ‘네가 여기 있는’ 줄 잊어 간단다. 깨달았기에 안 흔들리고 가면 좋니? 깨달았기에 출렁출렁 오르내리며 놀면 어떠니? 못 깨달았기에 또 남을 쳐다보면서 헤헤거리면 어때? 안 깨달으면서 쳇바퀴를 맴돌면 나쁘니? 곧게 가는 길이야. 돌아가는 길이야. 헤매도 길이야. 껑충 뛰거나 날아도 길이야. 어느 길에 서든 네가 있는 곳을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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