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옳고 그름 2021.12.11.흙.



무엇을 먹어야 좋다는 생각을 자꾸 하면, ‘이쪽으로 가야 옳’고, ‘저쪽으로 가면 나쁘다’고 여기면서 서로 가르지. 이런 ‘가름’은 ‘싸움’이야. 싸우는 길로 젖어들거나 길들면서 남(권력·우두머리)이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면 ‘좋고 나쁨’을 자꾸 생각하렴. 그러나 ‘싸움’을 바라지 않고 ‘사랑’이라는 기쁨길을 가고 싶다면 ‘이렇게 해야 좋고, 저렇게 하면 나쁘다’는 생각을 이제부터 씻으렴. 빗물에 씻고, 바람에 씻어. 별빛에 씻고, 햇빛에 씻어. 잎빛하고 꽃빛에 씻고, 멧새노래랑 풀벌레노래랑 개구리노래로 씻어. 물줄기노래로 씻고, 냇물에 몸을 담가서 씻어. 너희 삶은 무엇이든 해보면서 모두 배우는 길이야. 배울 적에는 ‘좋고 나쁨’이나 ‘높고 낮음’이나 ‘옳고 그름’이 없어. 튼튼한 몸을 배우고, 끙끙 앓거나 다치며 배워. 심심하면서 배우고, 재미나면서 배우지. 맞추면서 배우고 틀리면서 배워. 그리고 좋으면서 배우다가 싫으면서 배워. 자, 삶이란, 온하루가 배움길인데, 배우기만 하다가는 생각이 어지러워. 뭘 배우고 나면 ‘자야’ 해. ‘재우’지. 너희는 김치를 담그더군. 겉절이라 해서 바로 먹기도 하지만, ‘익’도록 ‘재우’잖아? 무엇을 해보고서 배웠으면 곧 쉬렴. 몸이 쉬고 잠이 들어야, ‘배운 길’을 꿈나라에서 ‘익히는(삭히는)’ 마음으로 가. ‘그림 → 삶 → 배움 → 생각 → 익힘 → 꿈’으로 흐르고, 이 흐름은 죽 나아가는 사이에 스스로 천천히 ‘사랑’이 싹터. 왜 겨울이 있는 줄 알겠니? 자라는 뜻이야. 꿈꾸며 익혀서 사랑으로 가라는 뜻이야. 겨우내 사랑으로 무르익는 꿈을 지어야, 새철인 봄에 온마음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보’면서 너희 몸·마음이 든든히 선단다. 그래서 12월을 너희는 ‘섣달’이라 하고, 새해 첫날을 ‘설날’이라 하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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