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2.25.

오늘말. 올림글


스스로 하루를 그릴 줄 알면 스스로 삶을 글로 적습니다. 누가 써 주기를 바라기에 글 몇 줄 쓸 수 있으나, 스스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있을 적에 비로소 한 줄 두 줄 마음을 내놓아요. 잎줄기에 서리며 반짝이는 이슬이고, 냇물에 어리며 반짝이는 윤슬입니다. 돌돌돌 맑게 소리내며 굴러가는 구슬이에요. 나누려고 띄운 올림글이다가, 접으려고 치운 내림글입니다. 함께하려고 글월을 부치고, 노래하려고 글자락을 폅니다. 차곡차곡 쓴 글을 꾸려서 책으로 낼 적에 책풀이를 새삼스레 추스릅니다. 지은 사람 곁에 엮은 사람이 있고, 꾸민 사람에 알리는 사람에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뭇사람 손길이 하나로 모여 펴는길을 이룹니다. 한 방울로는 비도 구름도 바다도 아니고, 한 사람으로는 글도 책도 책마을도 아닙니다. 다 다른 물방울이 얼크러져서 이루는 비요 구름이요 바다입니다. 서로 다른 이름이 만나서 일하는 마을이요 터전이요 자리입니다. 하늘빛은 바람을 품은 모든 곳에 있습니다. 바람빛은 햇빛이랑 별빛이 깃드는 어느 곳에나 도사립니다. 어느 곳에서 지내는가요? 몸담은 데에서는 누구를 이웃으로 삼나요? 나뭇가지마다 잎망울이 터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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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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