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2.25.
오늘말. 피밭
기쁨나라에는 기쁘게 누리는 마음이 퍼지니, 언제나 꽃이 피는 꽃밭을 이루고, 꽃마을로 넘실거리면서 꽃동산입니다. 죽이고 죽는 싸움판에는 서로 아끼는 마음이 아니라, 혼자 거머쥐려는 딱한 굴레를 뒤집어쓰려는 몸짓이 너울거리니, 피가 튀기다가 어느새 피바다를 이루고, 피밭이 되며, 피투성이로 멍듭니다. 저마다 몸에 고이 건사하면서 돌볼 적에 따스한 숨으로 흐르는 핏방울입니다. 불끈하거나 발끈하면서 타오르다 보면 자꾸 다투려 들고, 겨루려 하다가 그만 서로 다치는 무덤으로 치달아요. 이켠하고 저켠을 가르려니 피싸움입니다. 마음으로 날아오르면서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려는 몸짓하고 등지니 피흘리는 미움이 싹틉니다. 낡은판은 내려놓고서 새누리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싸움판이나 싸움누리가 아닌, 고운자리요 고운누리를 짓기를 바라요. 풀꽃나무는 윽박질이나 사납짓이 아닌 포근포근 스며드는 햇볕을 머금기에 싱그럽게 자랍니다. 아이도 어른도 타박이나 다그치는 말씨가 아닌 푸르게 노래하는 새처럼 알뜰살뜰 여미는 보금자리에서 아름빛 말씨를 주고받을 적에 아늑하게 살아갑니다. 보금나라로 나아가고, 보금터를 일구기를 바라요.
ㅅㄴㄹ
피흘리다·피튀기다·피나다·피비린내·피바다·피무덤·피밭·피투성이·피다툼·피싸움·다치다·죽다·죽이다·다투다·다툼판·다툼터·싸우다·싸움판·싸움터 ← 유혈, 유혈사태
너머·저곳·저기·저켠·저쪽·새누리·새터·하늘나라·하늘누리·하늘터·아름나라·아름누리·아름골·아름터·고운자리·고운누리·고운터·포근나라·포근누리·보금나라·보금누리·보금자리·보금터·기쁨누리·기쁨나라·꽃나라·꽃누리·꽃동산·꽃골·꽃터·별나라·별누리·별터 ← 피안(彼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