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2.25.

오늘말. 고리


가을로 넘어갈 즈음에는 스러지는 여름이 아쉬운 듯 첫가을에도 한가을에도 더위는 아직 이어갑니다. 겨울로 접어들 무렵에는 꽁꽁 얼어붙으려 하다가도 포근포근 녹이며 달래는 부드러운 볕이 얼크러지곤 합니다. 봄으로 건너가는 날에는 곳곳에서 조물조물 푸른싹이 돋다가도 찬바람이 넝쿨지듯 몰려들면 고개를 폭 숙이면서 웅크립니다. 어느 날부터 뚝 끊듯이 봄이거나 여름이지 않습니다. 고리처럼 맺는 여름이요 가을입니다. 서로얽혀 맞물리는 가을이자 겨울이에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고, 들어가다가도 문득 나옵니다. 수레바퀴처럼 나란히 굴러가고, 냇물이 바닷물을 만나듯 천천히 섞이면서 퍼지는 나날입니다. 길어도 끈이고, 짧아도 실입니다. 새로 지으니 빔이고, 속으로 담으니 뜻입니다. 오지랖은 넓을 수 있고, 섶은 기름할 수 있어요. 돕는 손길이 있다면, 그저 멀거니 쳐다보는 눈길이 있고, 들여다보면서 같이하는 마음길이 있으면, 멀뚱멀뚱 넘겨보다가 돌아서는 발길이 있습니다. 마음을 쓰기에 알 테지만, 생각이 얕기에 새치기를 해요. 마음이 오가다가 끌리고, 마음이 없이 파고들기에 다쳐요. 들을 수 있다면 붙들기보다는 함께합니다.


ㅅㄴㄹ


서로얽힘·얽다·얼크러지다·얽히고설키다·얽매다·맞닿다·맞물다·물리다·물고물리다·맺다·만나다·선·동이다·매다·매듭·잇닿다·이어가다·이음·잇다·있다·고리·이음고리·닿다·대다·다가가다·다가서다·들어가다·따라가다·따르다·사로잡다·끌리다·끄달리다·파고들다·같이하다·함께하다·거들다·곁들다·도와주다·돕다·오지랖·아랑곳하다·보다·바라보다·쳐다보다·기웃거리다·기어들다·넘겨보다·들여다보다·넝쿨·넝쿨지다·넌출·넌출지다·덩굴·덩굴지다·살다·사이·새·수레바퀴·톱니바퀴·지내다·생각·알다·섞다·엮다·잡다·끼다·끼어들다·틈새치기·사이치기·새치기·옆치기·듣다·들어주다·마음쓰다·마음두다·속깊다·속있다·뜻·끈·바·빔·섶·실·옷섶·줄·갇히다·붙들다·붙잡다 ← 상관(相關), 상관관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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