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2.25.
오늘말. 스리슬쩍
봄은 살짝 찾아들지 않습니다. 겨울도 살살 퍼지지 않습니다. 한창 봄빛에 물들고 보면 넌지시 스며든 봄 같고, 한바탕 겨울바람에 휘감기고 보면 스리슬쩍 자리잡은 겨울 같으나, 언제나 훅 다가오는 철입니다. 잎망울이 부풀기까지는 오래 걸립니다. 더딜 수 있는 나날은 살며시 흐르는 듯싶습니다. 꽃망울은 하루아침에 터지지 않습니다. 가만가만 자라다가 마침내 때가 오면 나란히 일어서듯 온통 꽃빛 숨결로 일렁입니다. 처음 빗줄기가 들을 적에는 속살속살 가볍지만, 이내 굵게 방울지면서 땅바닥을 후두둑후두둑 적실 적에는 깊고 넓게 젖어들면서 싱그럽게 씻어 주어요. 노래하는 새 곁에 서면 푸른노래를 속으로 받아들입니다. 춤추는 구름하고 나란히 걸으면 하얀노래를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문득 눈망울이 푸르게 빛나고, 얼핏 매무새가 하얗게 피어납니다. 겨울바람은 찬빛을 담지만, 지긋하게 꿈빛을 함께 얹습니다. 봄바람은 포근볕으로 나아가면서, 소곤소곤 살림길을 알려줍니다. 조용하면서 넉넉하게 드러나는 햇빛줄기가 넉넉합니다. 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봄꽃에 견주어 오늘을 반기고, 봄잎에 빗대어 하루를 활짝 열어젖힙니다.
ㅅㄴㄹ
빗대다·에두르다·눙치다·가만히·살며시·살그머니·슬그머니·슬며시·넌지시·살살·슬슬·살짝·슬쩍·스리슬쩍·문득·얼핏·설핏·얼핏설핏·그리다·담다·비틀다·비꼬다·돌리다·돌려말하다·둘러말하다·견주다·비기다·빗대다·빙돌다·에돌다·소리없다·조용히·슥·스윽·지긋하다·숨·숨결·숨빛·숨꽃·숨통·숨붙이·숨소리·나타내다·드러내다·보여주다·속뜻·속살·속내·숨은뜻·숨은빛·속닥이다·속살이다·소곤소곤 ← 은유, 은유적, 은유법, 메타포(metapho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