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옆에서 2023.2.18.흙.



옆에서 누가 떠드니? 떠드는 소리는 왜 들릴까? 옆에서 누가 쓰레기를 버리니? 쓰레기 버리는 모습은 왜 보일까? 옆에서 누가 장난을 거니? 장난 거는 짓을 왜 느낄까? 옆에서 새가 노래하니? 새노래를 느꼈어? 아니면, 새를 못 느끼거나 못 볼 만큼 다른 곳에 마음이 있니? ‘옆에서’ 무엇이 어쩌건 말건 네가 왜 보고 느끼고 마음을 기울여야 하니? 옆에서 춤추건 떠들건 왜 네 숨결이 아닌 딴곳을 쳐다보아야 하니? 네가 걸어가는 곳에 꽃이 피었니? 왜 네 옆에 꽃이 피고, 너는 그 꽃을 알아볼까? 네가 있는 옆으로 새가 내려앉아 노래하니? 왜 네 옆에 새가 내려앉고, 노래까지 할까? 옆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무엇일까? 너는 어느 모습을 흘려보내고, 어느 모습은 못 흘려보낼까? 너는 어느 모습에 마음이 가고, 어느 모습은 못 느끼거나 안 쳐다볼까? 옆을 느끼거나 보기에 나쁠 일은 없어. 그저 네가 옆을 볼 적마다 너를 잊고 놓칠 뿐이야. 옆에서 누가 지나가거나 소리를 내든, 너는 네 발걸음이랑 몸짓으로 살아내고, 네 목소리로 네 이야기를 들려주면 돼. 옆에서 쿡쿡 찌르기에 알아볼 수 있겠지. 옆에서 시키니 문득 쳐다볼 수 있겠지. 그리고 네가 지은 마음을 옆에 얹거나 심을 수 있어. 누가 네 씨앗(마음씨·말씨·글씨·솜씨·맵시)을 이러쿵저러쿵 하거나 말거나 너는 네 씨앗을 웃고 노래하면서 심을 만해. 네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서, 네 보금자리 둘레에, 네가 그리는 꿈씨를 한 톨씩 심으면서 네가 모두 바꾸어낼 만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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