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5.


《욕망하는 천자문》

 김근 글, 삼인, 2003.6.27.



해가 떨어진 뒤에는 쌀쌀하지만, 해가 오른 뒤에는 따뜻하다. 겉옷을 빨래한다. 올겨울을 잘 났으니 고마웠다. 숲노래 씨 겉옷은 얇다고들 하지만 이 겉옷으로도 얼추 스무 해를 살아왔다. 그나마 예전에는 이 겉옷조차 없이 살다가, 2003년 가을부터 이오덕 어른 글갈무리(유고 정리)를 할 적에 받았다. 이오덕 어른 큰아드님이 “자네는 겉옷도 없나? 여기는 산골이라 겨울이면 엄청 추운데, 어째 그러고 사나? 손 좀 줘 보이소. 손이 차갑네. 참 딱하게 사는구만. 우리 아버지가 입던 옷이지만 겨울에 너무 춥게 살지 말라.” 하시면서 입혀 주었다. 얼결에 이오덕 어른 살림(유품)을 받았다. 이오덕 어른 큰아드님은 아버지 옷을 다 불태우셨는데, 그야말로 갑작스레 받은 옷 한 벌이 불타지 않고 남아서 내 곁에 있고, 이 겉옷을 겨울에 보름 즈음만 입는다. 옷이란 안 입으면 곰팡이가 슬기에 해마다 며칠씩 입고 빨아 놓는다. 《욕망하는 천자문》을 읽으며 내내 아쉬웠다. 한자 밑자락을 밝히는 글은 안 나쁘지만 부스러기(지식·정보)를 짚다가 그친다. 중국사람이 지핀 살림을 누가 왜 글에 얹었는가를 다루면서, 우리는 우리말에 어떤 살림을 옮기는가를 나란히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런 책은 뜻있더라도 참 허전하다. 말이란 마음이잖은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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