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숲노래 책마실


책을 사랑하는 마음 (2021.7.17.)

― 제주 〈동림당〉



  애월 곽지부터 달려 제주시로 넘어오기까지 여러 오름을 거쳤고 여러 바닷가를 돌았습니다. 오늘 하루는 ‘책집마실’을 누리자고 생각했으나, 그만 ‘자전거마실’만 실컷 했습니다. 〈바라나시 책골목〉에서 짜이를 마시면서 다릿심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마침 오늘은 〈바라나시 책골목〉가 쉬는날이더군요. 철렁이는 바닷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동림당〉에 가기로 합니다. 아직 첫걸음을 떼지 못 한 다른 마을책집을 헤아리자니 곧 마감입니다.


  며칠 만에 〈동림당〉 지기님을 만납니다. 책을 더 사더라도 등짐에 담을 수 없는데, 이곳에서 책짐을 풀어 고흥으로 부쳐도 된다고 말씀합니다. 빈꾸러미를 얻어 차곡차곡 책짐을 옮깁니다. 〈동림당〉에서 만나는 책도 한 자락만 새로 등짐에 담아 밤에 읽으려 합니다.


  제주에서는 ‘제주 것’을 찾거나 챙기거나 가꾸거나 알리려는 빛이 짙습니다. 서울이며 부산이며 수원이며 여러 큰고장도 이런 물결이 있습니다. 고장지기(지자체장)가 조금이나마 살림(문화)에 마음을 기울이면 고장빛을 살찌우는 길(정책)을 어느 만큼 폅니다. 그런데 제가 나고자란 인천이라든지, 제가 보금자리를 누리는 전남 고흥에서는 고장빛을 북돋우거나 가꾸는 길을 좀처럼 못 봅니다. 인천이나 전남 고흥에는 살림빛(문화정책)이 없다고 해도 될 만합니다.


  굳이 ‘우리 것’을 앞장세우거나 치켜세우거나 높여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살림살이’를 스스로 사랑하고 돌보면서 오늘을 노래하면 즐겁습니다. 아이 곁에서 도란도란 보금살림을 ‘우리 나름대로’ 지으면 됩니다. 다른 집에서 하는 살림살이를 기웃거리거나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집 아이’를 쳐다보면서 ‘우리 집 아이’를 맞춰야 할 일조차 없습니다.


  이웃나라 사람이 쓴 책이건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건 대수롭지 않아요. 어느 책을 손에 쥐건 마음빛을 읽고서 우리 사랑씨앗을 보듬으면 넉넉합니다. 그저 모든 책은 ‘우리말’로 쓰고 ‘우리글’로 읽으면 됩니다.


  우리말 우리글은 ‘토박이말·순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 우리글은 ‘삶말·살림말·사랑말·숲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말’이지요.


  어린이한테서 놀이를 빼앗으면 어린이한테 우리말(살림말)을 빼앗는 셈입니다. 어른 스스로 살림을 등지면 우리 스스로 우리글(사랑글)을 잊는 셈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오늘 이곳에서 짓는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말을 가없이 품고 돌보며 밝히는 눈빛’입니다.


ㅅㄴㄹ


《寫眞輯 朝鮮解放1年》(朝鮮民衆新聞社 엮음/水野直樹 옮김, 新幹社, 1994.9.1.)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페터 빅셀/전은경 옮김, 푸른숲, 2009.10.30.)

《안전운전 (신규자 교재)》(편집부, 경찰청 감수, 도로교통안전협회, 1991.11.27.)

《관광교통 시각표 223호》(안종복 엮음, 철도여행문화사, 1993.5.5.)

- “호텔 충무”

《고등학교 세계사》(오인석·김규호, 동아출판사, 1990.3.1.)

《고등학교 국어 (하)》(박갑수 외 여덟 사람, 교육부, 1990.9.1.)

《보건실 이야기》(곤노 히토미/박소연 옮김, 가람북, 2009.12.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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