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
《소녀와 원피스》
카미유 안드로스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선희 옮김, 봄의정원, 2019.12.12.
어제는 읍내에서 마을로 시골버스가 들어오되,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는 안 들어오더라. 오늘은 아침부터 기다리는데 안 들어온다. 참 거석한 시골이다. 손님이 없더라도 달삯은 따박따박 나오는데 왜 버스때에 안 들어오는가? 이 말썽질을 따진들 이레쯤 반짝하고, 그 뒤에 또 저지레이다. 시골에서 버스를 누가 타는가? 어린이·푸름이랑 할매할배에, 부릉이 없이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탄다. 돌아오는 길도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오늘은 구름이 싹 걷히고 볕이 넉넉하기에 이른아침에 빨래를 했다. 《소녀와 원피스》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갈수록 그림책에 ‘순이’만 나오고 ‘돌이’가 사라지는데, “순이와 치마”를 다루는 이 그림책은 오히려 ‘겉모습이나 옷차림에 얽매이는 순이’라는 틀을 아이들 마음에 심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순이돌이를 나란히 그리면서 ‘아이가 마음으로 누리는 옷’이라는 대목으로 줄거리를 새로 짜서 그려낸다면 서로 따스히 바라보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사랑으로 담을 만하리라.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몸을 입고 태어나서 다 다른 말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다. 이 ‘다름’을 담도록 ‘순이 곁에 돌이’를 살며시 놓을 수 있기를 빈다.
#TheDressAndTheGirl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