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2.8.
오늘말. 세찬바람
바람을 마시는 하루입니다. 산들바람도 회리바람도 마십니다. 봄바람도 함박바람도 마셔요. 소용돌이도 가만히 지켜보면 부드럽고, 된바람도 곰곰이 보면 상냥합니다. 휘몰아치는 듯하다고 여겨 사납게 등지거나 미워하면, 이런 마음이 바람한테 훅 끼쳐 외려 더 드세게 불곤 합니다. 세찬바람이건 사납바람이건 속에는 온누리를 푸르게 아끼는 빛살이 흘러요. 너울거리는 바람을 마주보면서 “반갑구나. 넌 또 뭔가 싹싹 쓸어내려고 찾아왔지?” 하고 속삭입니다. 한바탕 쾅쾅 흔들고 물결치는 바람은 언뜻 무시무시해 보일 테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이 땅에 쓰레기를 내놓지 않고서 숲빛으로 살아간다면, 노대바람이건 씽씽바람이건 무서울 까닭이 없습니다. 몰아치는 바람은 그저 빠르게 날아오르는 숨결이에요. 삼한 듯 보이더라도 참한 바람이요, 물결도 너울도 일으키면서 푸른별에 푸른빛이 고루 퍼지도록 다독이는 착한 기운이라고 느껴요. 나무가 우거진 곳에는 더운바람이 없습니다. 나무를 돌보지 않는 메마른 벌판은 뜨겁거나 후텁지근한 바람이 가득합니다. 후끈바람을 느낀다면 풀씨 꽃씨 나무씨를 심기로 해요. 우리 스스로 숲으로 거듭나기로 해요.
ㅅㄴㄹ
바람·노대바람·높바람·돌개바람·된바람·센바람·소용돌이·씽씽바람·큰바람·큰센바람·함박바람·회오리·회오리바람·회리바람·회오리치다·회리치다·휘몰다·휘몰아치다·휘몰이·휘몰이판·거세다·드세다·사납다·삼하다·흔들다·세다·세차다·싹쓸이·한바탕·한탕·한판·거센바람·거센물결·드센바람·드센물결·흔들바람·흔들물결·사납바람·사납물결·세찬바람·세찬물결·싹쓸바람·싹쓸물결·너울거리다·너울대다·너울너울·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몰아치다·물결치다·무섭다·무시무시하다·빠르다 ← 열풍(烈風)
더운바람·후끈바람·덥다·뜨겁다·후끈하다·후텁지근하다 ← 열풍(熱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