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스와 오리
마저리 플랙 / 한림출판사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2.8.

그림책시렁 1093


《안거스와 오리》

 마저리 플랙

 편집부 옮김

 한림출판사

 1994.7.1.



  1930년에 처음 나온 《안거스와 오리》는 1994년에 한글판으로 나옵니다. 오랜 그림책을 물끄러미 넘기다가 요새 이 그림책을 누가 알아볼 수 있고, 누가 읽을 수 있고, 누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곁개’랑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은 있되, 오리가 울타리나 우리 아닌 풀밭을 찰박찰박 걸어다니면서 곽곽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없다시피 합니다. 서넛이나 예닐곱 오리가 ㅅ꼴을 그리면서 하늘을 가르는 날갯짓을 마당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일소를 부리려고 코뚜레를 꿰었지만, 한집을 이루는 짐승한테 섣불리 목줄을 안 하던 살림살이입니다. 너랑 내가 나란한 숨결이면서 삶이라면, 목줄로 옥죌 수 없습니다. 위아래가 있기에 목줄이 있어요. 높낮이를 가르기에 한쪽이 굽신거려야 합니다. 반가운 사람이라면 저절로 벌떡 일어나서 달려갑니다. 안 반가운데에도 ‘높은분’이라고 받들어야 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한다면, 그런 곳에는 참길도 참살림도 없어요. 개도 오리도, 아이도 어른도, 모든 숨결도 스스럼없이 돌아다니고 햇볕을 누리고 풀내음을 맡을 적에 하루하루 마음이 살찌면서 생각이 자라납니다. 굴레도 고삐도 차꼬도 치워요. 맨손에 맨몸으로 마주하면서 놀아 봐요.


ㅅㄴㄹ

#MarjorieFlack #AngusandtheDuck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