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2.3.

오늘말. 잠자리채



뒤는 뒤입니다. 앞은 앞입니다. 뒤쪽이라서 안 떨어지고, 앞쪽이라서 안 높습니다. 꽁무니는 꼴찌로 여기는데, 뒷자락에 느즈막이 돋는 꽃입니다. 새봄에 꽃부터 피는 나무가 있다지만, 뿌리가 깊이 내리고 줄기가 굵게 오르며 가지를 고루 뻗고서야 비로소 피울 수 있는 꽃입니다. 꽃부터 대롱대롱 매달 수 없어요. 숲은 참하게 살아서 숨쉬는 눈부신 빛살을 찬찬히 퍼뜨리고 알려줍니다. 앞자리 아닌 뒷자리라 서운하게 여기거나 고개를 떨굴 까닭이 없어요. 맨앞이라는 ‘꽃등’이지만, 맨뒤라는 ‘꽃’이기에 오래오래 푸른내음으로 빛나면서 아름답게 퍼집니다. 하늘에서 내리며 먼지띠를 씻어내는 빗물은 싱그럽습니다. 빗물이 고이다가 흐르는 냇물은 시원합니다. 빗물이 스며들어 땅밑물을 이루면 산뜻하게 솟는 샘으로 일어나니, 반짝이는 깨끗한 물빛이에요. 풀꽃나무가 산드러지는 곳에 풀벌레가 노래하고 매미가 울고 잠자리랑 벌나비가 납니다. 잠자리채를 쥐고서 딱정벌레나 사슴벌레를 잡고 싶더라도 채는 슬쩍 내려놓고서 숲빛을 오롯이 돌아보기를 바라요. 제빛으로 두루 어우러진 풀빛을 정갈히 맞아들이기에 나다운 사랑을 맑게 싹틔웁니다.


ㅅㄴㄹ


꽁무니·뒤·뒤쪽·뒤켠·뒷자락·뒷머리·뒷자리·뒷칸·뒷전 ← 후석


벌레채·벌레그물·매미채·잠자리채·채 ← 포충망


싱그럽다·싱싱하다·시원하다·산뜻하다·상큼하다·생생하다·푸르다·풀빛·맑다·깨끗하다·정갈하다·숲·숲빛·그대로·고스란히·오롯이·참하다·차분하다·찬찬하다·제빛·나다움·나답다·나대로·나이룸·나를 이루다·무지개·무지개빛·알록달록·눈부시다·부시다·빛나다·반짝이다·반들거리다·가지가지·고루·두루·여러 가지·온갖·간드러지다·산드러지다·아름답다·곱다·예쁘다 ← 자연색, 천연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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