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2.3.

오늘말. 이야기하다



어렵게 이야기하는 놈은 꼭 뭔가 꿍꿍이가 있습니다. 참말은 어렵지 않습니다. 참말은 그저 쉽습니다. 그런데 쉬운 척하고 즐거운 시늉을 하는 거짓말이 있어요. 길도둑이나 글도둑은 으레 탈을 쓰면서 쉽고 즐거운 척하지요. 속이 빈 글로 목소리를 내는 모든 붓바치는 길놈이라 여길 만합니다. 자랑하거나 내세울 적에는 삶도 살림도 말도 글도 이야기도 아닌 껍데기입니다. 우쭐대거나 뽐내는 몸짓은 사랑도 꿈도 이야기꽃도 목소리도 아닌 겉치레예요. 스스로 사랑으로 돌본 하루를 담기에 글붓입니다. 스스로 노래하고 꿈꾸는 오늘을 드러내기에 그림붓입니다. 꿈인 척하거나 사랑인 듯 시늉으로 꾸미는 말글에 넘어가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스스로 꿈을 안 그리기에 꿈흉내에 넘어가요. 스스로 사랑하고 등돌리기에 사랑시늉에 홀립니다. 남을 쳐다보거나 둘레에 매일 까닭이 없습니다. 바깥을 내다보느라 길앗이한테 탈탈 털립니다. 저마다 참나(참다운 나)를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이 하루를 제 보금자리에서 보살필 줄 안다면, 글잡이나 붓잡이가 아니어도 눈귀를 밝혀 사랑으로 피어나는 소리를 말 한 마디에 얹어 새뜸(새로 뜨는)인 입으로 잇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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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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