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달음에 2022.8.10.물.



한달음에 가겠다면 얼마든지 가렴. 다만, 한달음에 가고프면 몸을 잊으렴. 몸을 데리고서 한달음에 가겠다면, 네 몸이 온통 눈부신 빛씨앗인 줄 느낄 때까지 마음을 하나로 고요히 다스리면 돼. 네가 한달음에 못 간다면, 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어. ‘한달음이 아닌 천천히 가면’서 곰곰이 배우고 누릴 삶이 가득하다는 뜻이야. 그런데 ‘한달음’은 뭘까? 크게 바로 갈 적에만 한달음일까? 하늘처럼 맑게 나아가는 한달음을 생각해 보니? 함께 나아가는 한달음을 헤아려 보니? 서로 한마음으로 달리면서 웃는 길을 그리니? 이름은 ‘한달음’인데 모두 다르단다. ‘느낌’이나 ‘천천히’도 이와 같아. ‘가득’이나 ‘가벼이’도 이와 같지. ‘넉넉히’나 ‘모자라게’도 이와 같단다. 한 가지 틀만 있지 않아.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하루를 산단다. 이 다른 길을 스스로 빛내면 돼. 남보다 빨리 멀리 크게 가는 한달음이라면 쉽게 지치거나 무겁지 않아? 네 발걸음을 사랑하렴. 어깨를 펴고 등뼈를 곧추세우고 걸으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렴. 두 팔을 벌려 바람을 안으렴. 온몸을 바다에 맡겨 헤엄치렴. 네가 네 몸짓을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너는 너다우면서 너로서는 빛줄기 같은 몸짓으로 깨어나면서 나아간단다. 네 한달음을 찾으렴. 네 눈빛을 보렴. 네 목소리를 사랑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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