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때를 기다린다 2021.11.27.흙.



기다려야 하지 않고, 기대야 하지 않아. 스스로 기둥이 되렴. 너는 너를 보기에 늦지도 이르지도 않단다. 너는 스스로 기둥이요 들보이고 지붕이자 집이라서, 언제나 스스로 든든하고 튼튼하지. 무엇을 기다린다고 할 적에는 아직 스스로 서지 않았다는 뜻이야. 이웃을 만나려고 어디서 보자고 하지? 그때 너는 이웃을 기다리니? 아니면 어느 곳에 어느 때에 맞추어 간 다음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면서 네 할 일을 하니? 얼핏 보면 ‘때를 기다린다’고 하는데, 스스로 서고 스스로 짓고 스스로 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일’이 없어. 늘 스스로 ‘서고·짓고·하고’를 하니까 기다림이 아니지. 넌 싹이 트기 기다리니? 싹이 튼 모습을 보거나 싹이 트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지 않니? 넌 봄이 오기를 기다리니? 겨울을 누리거나 신나게 품지 않니? 나이 먹기를 기다린다면 죽음을 바란다는 뜻이야. ‘기다림’은 ‘심부름’하고 짝꿍이란다. ‘너(나)다움’이 없는 마음에 스미는 ‘기다림·심부름’이야. ‘너(나)다움’이라면 ‘그림·지음·함’이야. 누가 밥을 차려주기를 기다리니? 누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니?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니? 기다리면서 심부름만 하겠다면 네 삶은 없어.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보고 생각하고 즐기겠다면 늘 네 삶길이야.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니? 버스가 올 때까지 네 마음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짓니? 별이 돋기를 기다리니? 네 눈으로 밤낮으로 별을 부르니? 해가 뜨기를 기다리니? 네 몸에 해님이 피어나서 스스로 따뜻하고 밝게 돌보니? 기다리기에 기댄단다. 기대기에 기다려. 기둥은 기대지도 기다리지도 않아. 네가 너 스스로 ‘집’인 줄 느끼렴. 네 넋이 깃들어 노래하며 살아가는 ‘몸’을 고루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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