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63 슬램덩크 표절



  어릴 적에 곧잘 ‘AFKN’을 틀었습니다. 제가 살던 인천은 ‘2’에서 ‘주한미군방송’이 나왔습니다. ‘새서미 스트리트·The Little Mole·스타 트렉·심슨 가족’에 ‘WWF·NFL·MLB·NBA·NCAA·NHL’도 보았어요. 어릴 적에는 뭔 소리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안 보여주는 여러 이야기를 누릴 수 있었고, 이웃나라에서는 저런 이야기를 보는구나 하고 헤아렸습니다. 1990년 여름에는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를 주한미군방송으로 보았어요. 이해에 《슬램 덩크》 몰래책(해적판)이 떠돌았습니다. 동무들은 《북두의 권》하고 《드래곤 볼》 몰래책도 글붓집(문방구)에서 300∼500원에 사서 돌려읽는데 ‘주한미군방송 NBA(미국프로농구)’를 빼다박은 몸놀림 그림이 영 시원찮아 “난 안 볼래” 하고 손사래쳤습니다. 《슬램 덩크》는 그때나 이제나 널리 읽힙니다. 2022년 겨울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나오며 다시 바람을 일으키는 듯한데, 이제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미국프로농구 몸놀림 따라그림(표절)’을 놓고 이노우에 다케히코 씨가 딱히 무슨 말을 밝히지는 않은 듯싶습니다. 새로 선보이는 그림은 지음삯(저작권)을 제대로 치렀을까요? 아니면 무슨 뒷배가 있을까요? 그분은 베낌질(표절)로 여민 그림이 안 창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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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다케히코 씨는 여러모로 뒷배가 있었으리라. 아무 뒷배가 없이 ‘저작권을 깐깐하게 따지는 미국’에서 손놓거나 봐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 문득 허영만 씨 《퇴색공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허영만 씨는 전두환·노태우 우두머리가 판치던 무렵, 안기부 뒷배를 받았구나 싶은 그림꽃을 꽤 펴냈다. 《오! 한강》만 아는 사람이 많으나, 《퇴색공간》이 버젓이 있다.


(독재부역 만화 퇴색공간 이야기) https://blog.naver.com/hbooklove/6006418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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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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